월마트와 인텔이 그리는 미래
기조 연설은 매년 각 분야를 선두하는 업계의 C 레벨 연사가 혁신과 기술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행사로, 산업의 동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올해 CES 기조연설의 연사로는 정기선 HD현대 CEO, 롤랜드 부시 지멘스그룹 회장 겸 CEO,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CEO,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가 있었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처음으로 CES 기조연설을 하게 된 것과 뷰티 기업이 CES에서 기조연설을 하게 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오프라인 기반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월마트가 어떻게 디지털 혁신을 일으켰는지와 생성형 AI가 떠오르며 반도체 칩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 반도체 회사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을지가 궁금해서 인텔의 기조연설 들어봤습니다.
월마트는 ‘사람 중심의 기술 주도 옴니채널 소매업체’라는 비전을 내걸고 스캔이 필요 없는 무인 결제 시스템인 스캔 앤 고, 드론 배달, 친구와 함께 쇼핑하기, 생성형 AI 기반 검색 등을 선보였습니다. 무인 결제 시스템이 보편화된 요즘, 마트에 가보면 사람들이 무인 결제대 앞에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물건을 담을 때마다 제품 가격 정보를 확인하고, 바로바로 결제해서 따로 한꺼번에 바코드를 스캔할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요? 월마트의 ‘스캔 앤 고’는 창고형 대형 할인매장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를 때 스마트폰 앱으로 제품의 상세 정보와 가격을 확인하고 바로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입니다. 보통 창고형 매장에서는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긴 계산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습니다. 과거 아마존에서도 스캔 없이 계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으나 기술에 너무 무게를 둔 나머지 고객 경험과 니즈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실패했던 것과 달리, 월마트의 스캔 앤 고는 경험 개선을 위해 기술을 적용한 듯해 앞으로의 확장이 기대되었습니다.
드론 배달은 오래 전부터 화두가 되어왔는데, 현재 월마트는 택사스 주 댈러스에 27개의 허브를 짓고 주문한지 15분 내에 드론으로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중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진정한 맞춤형 배송이 실현될 것으로 보입니다. ‘친구와 함께 쇼핑하기’도 흥미로운 기능이었습니다. 보통 옷 쇼핑을 할 때는 친구들과 함께 가면 서로 어떤 옷이 더 어울리는 지도 물어보며 더 재미있게 쇼핑을 할 수 있는데요, ‘친구와 함께 쇼핑하기’를 이용하면 자신의 아바타에 여러 가지 옷을 입혀보고 이를 친구들과 공유해서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쇼핑을 하는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분야와 관계 없이 여기저기서 생성형 AI를 응용하고 있는데, 월마트도 iOS에서 생성형 AI 기반 검색을 제공하고 있고 올해 1분기 말에는 모든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기존의 연관검색어 추천의 경우 치킨, 감자튀김, 콜라, 응원 티셔츠를 한 번에 모아서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생성형 AI가 탑재된 검색 엔진에서는 ‘슈퍼볼 응원’이라고 검색하면 슈퍼볼 응원에 어울릴만한 물품들을 모아서 추천해줄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월마트는 고객의 구매 내역, 검색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맞춤형 추천을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는 정말 말 한마디면 모든 쇼핑이 완료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월마트가 보여준 혁신은 뭔가 충격적일 정도로 새로운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옛날부터 상상해왔지만 인프라의 한계, 비용적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던 것을 완성도 높게 실현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번거로운 바코드 스캔 과정 없이 물건을 계산하고, 냉장고 안까지 식자재를 배송하고, 나만의 아바타에 옷을 입혀서 친구에게 공유하는 ‘매끄러운(seamless) 고객 경험’을 구현한 월마트를 보며,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어떻게 AI를 활용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사람에 맞춰 기술을 활용했을 때 대중이 원하는 혁신이 탄생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발표 내용 외에도 여러 명의 C 레벨이 등장하여 5~10분정도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듯한 구성이 신선했고, 뉴스에서만 보던 대기업의 CEO가 자사의 현재와 미래를 펼쳐보이는 것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어 의미 있었던 행사였습니다.
Chat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가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를 위해서는 고성능 AI 칩이 필요한데,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CES2024의 기조연설에는 퀄컴과 인텔이라는 미국 반도체의 양대산맥 기업이 모두 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인텔의 기조연설을 들어보았는데요, 인텔은 CES2024에서 인텔 코어 14세대 노트북 및 데스크톱 프로세서 전체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작년 말에 선보인 1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마의 6GHz’를 돌파한 속도로 게이밍 및 작업 성능의 향상이 기대되며, 인텔 익스트림 튜닝 유틸리티(XTU) 기능을 통해 성능을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세부 조정할 수 있습니다. XTU는 기존에도 존재했던 기능이지만, 이번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능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AI 어시스트는 약 40초 정도의 사전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 성능과 잠재력을 파악한 후 시스템 구성에 최적화된 세부 세팅을 제공합니다.
펫 겔싱어 인텔 CEO는 기술은 중립적인 플랫폼이므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기술의 선한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AI가 그걸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견해를 제시하며 AI의 기반이 되는 고성능 반도체 칩의 미래를 풀어나갔습니다. 특히 온디바이스 AI*의 성장을 예고했는데요, 경제, 물리, 토지 손실이라는 클라우드 AI의 세 가지 한계를 언급했습니다.
*온디바이스 AI: 개별 디바이스에서 작동하는 AI로, 속도와 비용을 개선할 수 있으며 개인 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
펫 겔싱어가 언급한 온디바이스 AI의 3법은 첫째, AI의 주기는 적어도 10년 정도이고, 앞으로는 각 영역 별로 경제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는 모델이 더 많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인데 기기 내에서 연산이 수행되는 온디바이스 AI가 더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언급한 클라우드 AI의 물리적 손실은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했다가 다시 가져오는 것이 로컬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것만큼 빠르지 않아 손실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토지 손실이라는 것은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낼지, 로컬 디바이스에 보관할 것인지에 따른 손실이라고 언급하며 높은 확률로 규제를 받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논리로 펫 겔싱어는 클라우드 AI의 한계를 비판하며 온디바이스 AI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인텔은 ‘AI 에브리웨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AI 에브리웨어는 최상의 AI 성능을 제공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지원하여 고객이 클라우드부터 엣지 인프라까지 AI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덧붙여, 와이파이 기술 자체가 발명되었을 때는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후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플랫폼, 노트북 등이 확산되며 모든 곳에 와이파이가 도입되었다며 AI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AI PC가 와이파이처럼 대중화될 것이라고 바라본 인텔은 2025년까지 1억 대 이상의 PC에 AI 기능을 탑재하고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100개 이상의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ISV)들과의 AI 가속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디에나 AI가 적용된 AI 시대에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선두할 인텔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고래, “CES 2024 ① 역대 최대 규모 CES 기조연설서 반복된 3개 단어 “AI·혁신·지속가능성”, Greenium, 2024.01.15., https://greenium.kr/greenbiz-industry-ces2024-1-ai-innovation-sustainability-loreal-intel-hdhyundai/
이나리, “[CES 현장] 월마트, 유통의 혁신…15분 드론배송, 냉장고 채움 서비스”, 지디넷코리아, 2024.01.11., https://zdnet.co.kr/view/?no=20240111174413
김아름, “[CES 라이브]월마트 "15분 드론배송, 오늘 당장 가능"”, 비즈워치, 2024.01.10., http://news.bizwatch.co.kr/article/consumer/2024/01/10/0013
노태민, “[CES 2024] 인텔, 14세대 프로세서 전체 라인업 공개”, TheElec, 2024.01.09.,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25171
임대준, “인텔 "자동차에 'AI PC' 탑재"...CES 모빌리티도 대세는 AI”, AI 타임스, 2024.01.10.,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