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mme soupe Jul 26. 2021

여름 살림

18cm 접시들



 접시를 위로만 쌓다 보니 아무래도 아래 것은 잘 안 써지고 무게도 점점 버겁다. 크기를 나누어 꺼내 쓰기 좋게 자리를 바꿔주기로 했다.

1인 찬을 담는 종지와 앞접시로 사용하는 작은 것들은 손이 가장 잘 닿는 싱크대의 상부에 올려두고 쓰지만, 식탁의 주제가 될만한 요리를 담기 좋은, 손바닥 크기 이상의 것들은 싱크대 하부의 접시 서랍에 넣어두고 쓴다. 크기도 크기지만 이 정도의 접시들은 무게가 꽤 있어 상부장에 올려두고 매번 내려 사용하기는 어려운데 이렇게 서랍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낙낙하던 접시 서랍이 어느새 꽉 들어찼다. 모두 꺼내 늘어놓고 접시 서랍의 바닥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것부터 여름 준비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18-20cm 정도의 접시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양이다. 접시 서랍 지분의 반을 차지하는 것들인데 이제는 서랍의 높이에 걸려 더 쌓아 올릴 수 없을 지경이다. 자작한 국물을 담아낼 수 있는 약간의 기울기가 있는 것과 납작한 것 두 종류로 나누어 층을 내렸다. 메인 접시라 불리는 20cm 이상의 것이나 타원형처럼 한쪽의 너비가 긴 것은 따로 꺼내 그릇장으로 옮겼다. 

서랍은 한결 가벼워지고 꺼내 쓰는 일도 더 편리해졌다. 날이 더워지면 시간과 손의 품이 많이 드는 음식을 만들기가 참 어렵다. 어떤 날은 주방에 서 있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동선에 맞추어 간결하게 주방 살림을 정돈해두면 일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18cm 접시들에 담아낸 음식들. 



 안 쓰는 살림을 잘 관찰했다가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비워낸다. 손품이 덜 드는 동선을 궁리해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늘어놓았던 장식이나 쓰지 않는 짐의 무게마저 괜히 집안의 온도를 더 올리는 것 같아 여름에는 공간을 조금 더 간결하게 매만진다. 






여름 살림

18cm 접시들

 

글과 사진 ㅣ 김수경








작가의 이전글 냄비 받침이 되고 싶은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