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온라인 즉문즉설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행복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도 온라인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하고 있는 젊은 학생이 어릴 때 왕따를 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자존감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작은 키와 못생긴 외모 탓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중학생 시절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외향적인 척을 했고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새로 사귄 친구가 저한테 거리를 두면 ‘중학교 때 친구들이 내 뒷얘기를 한 것 아닐까’ 하는 피해망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많던 친구들과도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고, 고2 때 유일하게 남은 친구조차 저를 만만히 보고 자존감을 깎아내렸습니다. 결국 혼자서 고독한 생활을 하게 되었고, 언어 감각이 쇠퇴하면서 말주변도 떨어져 우울하기만 했습니다.
스무 살이 된 이후 재수학원에 등록했습니다. 다시 시작해보자는 심경으로 행동에도 신경 쓰고 말도 잘하려고 노력을 했어요. 대인기피증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 내서 주위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노력 끝에 다행히 친구 한 명을 사귀게 되었고 나름 행복하게 지냈어요. 그러나 그 친구에게도 역시 저는 만만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기숙학원에서 저와 같은 방을 쓰면서 많이 불편했나 봅니다. 사람한테 다가갈 때 용기를 내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는 친구를 사귈 때 어떤 자세로 다가가야 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얼굴도 잘생겼고, 외모에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키가 어떻게 돼요?”
“169cm입니다. 아무래도 또래 친구보다 키가 작다 보니 위축되기도 하고 만만하게 보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만약 질문자의 키가 문제라면 160cm도 안 되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요? 박정희 대통령도 160cm가 채 안 되었고, 중국 천하를 호령한 등소평도 150cm 정도였다고 하잖아요. 나폴레옹도 키가 아주 작았습니다. 이렇게 키가 작은 사람들도 세상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잖아요. 반에서 꼴찌 하는 학생들만 전국적으로 한 곳에 모으면 수만 명이 될 텐데, 그들도 다 질문자처럼 고민할까요?
그러니 키기 작다는 것도 문제가 아니고, 얼굴이 못생겼다는 것도 문제가 아니고, 공부를 못한다는 것도 문제가 아니에요. 질문자의 문제는 어릴 때 어떤 경험이나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피해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겁니다.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에 자꾸 마음이 움츠러들게 되었고, 그 결과 친구들도 질문자와 만나면 좀 답답하고 별로 반갑지 않게 된 거예요. 질문자는 또 그런 반응 때문에 친구들에게 자꾸 매달리게 되니까 친구들 입장에서는 귀찮은 마음이 드는 겁니다.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에요. 혹시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봤어요?”
“네, 학교 상담실에 자주 갔어요. 상담을 자주 하기보다는 그냥 약만 받아서 먹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신과에 가서 학교에서 따돌림당한 얘기와 피해의식이 생긴 현재의 상태를 얘기해서 의사로부터 몇 가지 점검을 받아 보세요. 그러면 상담과 약물치료 여부를 결정해 줄 겁니다. 약물치료를 한다고 해서 완치되는 것은 아니고 긴장되거나 흥분된 상태를 조금 완화해주는 역할을 해요. 그러면서 동시에 상담 치료도 받고 수행도 하면 좀 더 좋아집니다.
그리고 키, 외모, 성적을 자꾸 문제로 삼으면 안 돼요. 키가 문제인 것도 아니고, 외모가 문제인 것도 아니고, 성적이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질문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게 문제라면 문제예요.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꽉 사로잡혀 있는 겁니다. 귀신이 없는데 귀신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첫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둘째, 매일 자신에게 암시를 주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자꾸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 마음이 위축될 때마다 이렇게 기도를 해보세요.
‘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건강합니다.’
이렇게 매일 기도하면 마음이 점점 편안해질 겁니다.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특별히 누구를 사귀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요. 그렇다고 친구를 안 사귀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만나고, 만날 일이 없으면 안 만나면 됩니다.
질문자는 지금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친구가 없는 지금 상황이 외로운 거예요. 혼자 있으면 어때요? 스님도 이렇게 혼자 살잖아요. 또 같이 살 상황이 되면 같이 살면 되잖아요.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할 수 없습니다. 살다 보면 나한테 욕하는 사람도 생겨요. 법륜 스님이 나온 기사에 댓글 달린 것 좀 보세요. 욕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세상 사람들은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그것에 대해 간섭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내가 얼굴이 못생겨서 안 좋아하나?’, ‘내가 키가 작아서 안 좋아하나?’, ‘내가 성적이 안 좋아서 안 좋아하나?’ 자꾸 이렇게 자기 자신을 문제로 삼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자신이 항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신질환이 든 겁니다. 이걸 치료하려면 계속 자기 자신에게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고 암시를 줘야 해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친구들이 저를 왕따시킨다고 인식하는 속에서 살아왔는데 이 왕따의 꼬리표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이미 남들한테 인식이 그렇게 잡혀 있는 것은 어떡해야 하나요?”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요.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입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나를 왕따 시켜? 그럼 나는 우리 반 전체를 왕따 시켜버리겠다!’ 하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무의식적으로 제 머릿속에 나쁜 생각이 떠오르면 제가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착한 행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3년 동안 고민해본 결과 이렇게 착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제가 착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였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남들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고 제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최대한 얻어 보자고 생각했어요. 결국에는 착한 척하는 것이 저한테 이익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가식적으로 착한 척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까요?”
“지금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사람들 전부가 조금씩 착한 척을 합니다. 법륜 스님도 착한 척을 해요.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른 사람한테 조금씩 점잖은 척을 합니다. 나쁜 짓을 해놓고 착한 척하는 위선을 떨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생각은 자유이기 때문에 무슨 생각이라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나쁜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실제로 행동하면 나한테 손해가 생기니까 행동을 안 하는 거죠.
그런데 질문자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문제로 삼아서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하고 자기 생각을 자기가 규제한다는 겁니다. ‘내가 남한테 착한 척하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일종의 심리적 결벽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질문자가 자꾸 그런 생각을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답답한 겁니다. 사람이 좀 화끈하게 털털 털고 살아야 하는데 질문자는 계속 생각에 꼬리를 물고 사는 거예요. 얼굴 표정이 늘 어두우니까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겁니다.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자꾸 하는 게 문제입니다. 키로 보나, 외모로 보나, 성적으로 보나, 지극히 정상이에요.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질문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래요. 조금 더 심한 사람이 있고, 덜 심한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문제가 없는데 자기를 자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질문자의 가장 큰 병이에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남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첫째, 남을 때리거나 죽이지 말라. 둘째, 남의 것을 훔치거나 빼앗지 말라. 셋째,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지 말라. 넷째, 욕설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말라. 다섯째, 술을 먹고 취해서 남한테 피해를 주지 말라. 이 다섯 가지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간섭을 하지도 말고, 간섭을 받지도 말고, 자신이 좋을 대로 살면 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남한테 조금 더 잘 보이거나 존경을 받고 싶다면, 세 가지를 더 지키면 됩니다. 첫째, 돈이 많더라도 사치하지 말고 검소하게 살아야 합니다. 둘째, 지위가 높더라도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합니다. 셋째, 쾌락을 추구하지 말고 마음을 고요히 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요.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남에게 손해만 안 끼치면 됩니다. 남을 도와줘서 존경을 받는 것은 그다음 단계예요.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무슨 행동을 하든 관계가 없습니다. 좋은 일은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사항입니다. 그러나 나쁜 짓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금지사항이에요.”
“저는 남들한테 화를 못 내고 항상 당하고 사는 게 많습니다. 사람이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하는데, 계속 억눌러 왔던 것 같아요.”
“화를 안 내는 건 좋은 거예요. 화를 꼭 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은 화를 너무 자주 내서 안 내는 연습을 하느라 힘들잖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화가 저절로 안 내어지니까 좋은 점을 가졌어요. 이렇게 문제없는 걸 자꾸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질문자가 가진 병이라는 겁니다.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잘살고 있어요. 그러니 자기를 탓하지 말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자기를 탓하는 이유는 결벽증 때문입니다. 자기를 문제 삼지 말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감사합니다. 가장 많이 마음에 와닿았던 말씀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우울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찾은 것 같습니다.”
“너무 개선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생긴 대로 살아도 괜찮아요. 뭘 자꾸 힘들게 개선하려고 그럽니까?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생긴 대로 살자’ 이렇게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보세요.
문제가 있다면, 자기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예요. 그리고 말을 하고 나서도 속이 덜 시원해서 말을 더하고 싶어지는 게 또 문제예요. 사람이 좀 끈적끈적하네요. 그래서 친구들이 질문자를 별로 안 좋아하는가 봅니다. (웃음)
말과 행동이 쌀과자처럼 빠삭빠삭해야 하는데, 엿처럼 끈적끈적해서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만약 고쳐야 한다면, 이쪽에서 당기면 저쪽에 붙고, 저쪽에서 당기면 이쪽에 붙고, 이런 태도를 좀 고치면 좋겠어요. 아쉽더라도 딱딱 말을 끊어 보세요. ‘알았습니다!’, ‘그렇게 할게!’, 이렇게 딱딱 말을 끊어서 대답해야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지금처럼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으면 사람들이 싫어해요.
문제가 얼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신체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굳이 문제가 있다면, 자기가 자기를 문제 삼는 것과 좀 끈적거리는 것이 문제예요. 그러니 그걸 탁 놓아버리고 좀 빠삭빠삭해져 보세요. 그래야 인간관계도 좋아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