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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륜 Nov 26. 2017

평화, 나로부터 한반도로 세계로!

법륜스님의 편지

안녕하세요. 법륜입니다.      


벌써 겨울이네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저는 요즘 즉문즉설 강연을 하며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전쟁 위기를 막는 일이에요. 따뜻한 소식을 전하면 좋으련만, 겨울보다 더 한반도 정세가 싸늘하여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지난 11월 5일, 저는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안 된다’는 전쟁반대 평화협상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에 참여했습니다. 집회에 참여해 본 지가 한 20년은 된 것 같네요. 1996년도에 ‘북한 아이들이 굶어죽는다는데 우리만 밥 먹을 수 없지 않느냐’며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는 행진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강원룡 목사님 등 사회 원로들을 모시고 행진을 했는데, 세월이 흘러 이제는 제가 나이 많은 축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강연은 했어도 집회 참여는 잘 안 했는데, 이번에는 참여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쟁이라는 건 무차별적이기 때문이지요. 폭탄이 떨어질 때 여자, 남자를 가리지도 않고,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도 않고,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의 어린 아이들이 희생되고,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가 소실이 되고, 또 우리의 귀중한 산업자원과 첨단기술 공장들이 파괴됩니다. 또 원자력발전소가 터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요. 이런 엄청난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저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위험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3년 전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발원하며 기도를 시작했지요. 그러나 800일이 지난 지금, 평화의 염원은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뜬금없이 왜 전쟁을 걱정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67년간 전쟁 없이 살았지만 세계적으로는 늘 전쟁이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중동전쟁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대립, 아프리카의 숱한 민족분쟁,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레바논 등을 보면 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중동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죽고, 난민들이 넘쳐나고, 바닷가에서 아이들의 시신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우리 일이 아니니까 대부분  ‘그냥 그런가 보다’ 하지요. 남의 나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 일이 우리의 일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이런 비극적인 전쟁은 미연에 막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전쟁이 일어난 뒤에 겪을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의 1000분의 1, 0.1%의 힘만 모아도 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가 있습니다.     


작년 겨울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국민들이 촛불을 밝히며 노래 부르고, 춤추고, 함께하면서 전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권력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100만 명 이상 모이고, 또 그렇게 넉 달, 다섯 달 모이니까 변화가 시작되었어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전쟁의 위험은 그것보다는 100배 더 크지만 우리가 우리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면 전쟁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요.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평화를 만드는 일은 전 세계인들이 알아야 하고, 전 세계인들의 호응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기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면 어떨까요? 세계적인 도시마다 상징적 건물 앞에서 우리 교민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촛불을 들고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며 평화를 기원하는 퍼포먼스가 릴레이로 이어지면 전 세계에 알려지겠죠. 주변의 사람들을 모으고, 유명인들까지 ‘우리도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면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연말, 12월 23일에 모두 함께 광화문에 모여서 우리가 얼마나 평화를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한반도평화대회’를 열어봅시다. 전쟁의 위기는 높지만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퍼트리는 대회를 만들어봅시다. ‘한반도평화대회’가 내년 1, 2월을 지나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말하는 계기가 되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의 상징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2월이 되어 전 세계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될 때, 인터넷에서 ‘코리아’를 검색하면 ‘한반도 평화’가 나오게 될 때, 그러면 진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 올 겁니다.     



다시 광장에 서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사람의 일이라는 게 ‘우리가 모든 힘을 모아도 전쟁의 위기가 막아지질 않네’ 이렇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전쟁의 위기가 심각해지면 우리의 목소리가 더욱 절실하게 들리고 하는 일은 더욱 빛나게 될 거예요. 밤이 어두워도 새벽은 오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추위에도 봄은 다시 옵니다.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한반도의 평화를 모두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2017.11.26

법륜 합장



▶︎ 더 자세히 보기 : http://peacei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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