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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즉문즉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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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륜 May 05. 2018

[법륜스님 즉문즉설] 부모님을 미워하고 싶지 않아요.

*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조건이나 상황을 고려한 대화입니다.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질문자 “저는 부모님을 향한 원망과 분노가 매우 큽니다. (눈물) 이런 심리를 치료하기 위해 심리 상담 외에도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분노가 사라지지 않아 많이 힘듭니다.”


법륜스님 “두 분 중 누가 그렇게 미워요?”


“처음에는 어머니만 미워했는데, 심리 상담과 공부를 하면서 돌아가신 아버지까지 원망하게 되었어요.”


“병 고치러 가서 병을 더 얻어왔네요. (청중 웃음) 먼저 아버지를 미워하는 이유부터 편안하게 이야기해보세요.”


“아버진 제 앞에서 어머니 욕을 지속적으로 하셨어요.”


“낳아 키운 자식도 엄마를 원망하는데, 키워주지도 받은 것도 없는 남편이야 마음에 안 드는 아내를 얼마나 욕하고 싶겠어요?”


“저한테 미움을 가르쳐주셨다는 게 너무 싫어요. 아버지가 어머니 욕을 하셔서 제 안에 있는 분노를 더 북돋은 것 같아요.”


“아버지는 자기 성질대로 욕한 것이지 자식 안에 있는 분노를 키우려고 욕한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받아들여졌어요.”


“질문자가 그렇게 받아들인 건데 왜 아버지를 원망해요? (모두 웃음) 두 분이 결혼할 땐 서로 덕 보려고 해요, 아님 손해 보려고 해요?”


“덕 보려고 하죠.”


“질문자는 어땠어요?”


“손해 본 것 같아요.” (청중 웃음)


“무슨 손해를 봤어요?”


“태어나서 한 번도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럼 달리 생각해 봅시다.  스님이 급한 일이 있어서 질문자에게 100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는데, 질문자가 10만 원만 빌려줬다고 해봐요. 100만 원을 기대한 스님 입장에서 기분이 나쁘겠죠?”


“네.”


“이럴 경우 100만 원을 바랬지만 10만 원만 받은 스님이 질문자로부터 이익을 얻었나요, 손해를 끼쳤나요?”


“제가 스님에게 이익을 줬어요.”


“그렇다면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는 누가 덕을 더 볼까요? 


“자식이요.”


“그러면 어머니와 질문자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 이렇게 두 관계를 비교할 때, 질문자가 어머니 덕을 더 봤을까요, 아버지가 어머니 덕을 더 많이 봤을까요?”


“제가 덕을 더 많이 봤어요.”


“덕을 많이 본 질문자도 어머니를 욕하는데, 덕을 적게 본 아버지가 어머니를 욕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청중 수긍과 감탄)


그러니 아버지께 박수를 쳐드리며 ‘저도 이렇게 어머니를 원망하는데,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욕하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래야 할 텐데 아버지를 왜 미워해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어머니를 생각해본 적 있나요?


“그럼 이제 어머니 이야기를 해보세요.”


“(울먹이며) 제가 태어나서 2년 동안 울기만 했다고 들었어요. 어머니도 어린 내가 울기만 하니까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힘드셨겠죠. 하지만 남동생에게는 짜증이나 화를 낸 적이 없고, 집에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아버지와 싸우면 항상 저한테 화를 푸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 역시 제 아이에게 화를 내요. 결혼 전에는 화가 나도 내 문제로 넘겼는데 이제는 아기에게 대물림된다는 생각이 들자 많이 힘듭니다.”


“어머니가 어린 질문자에게 화내고 짜증 낸 것이 질문자에게 나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일부러 짜증을 냈을까요, 아니면 어머니도 살기가 힘들다 보니 짜증내셨을까요?”


“살기가 힘드셔서 그러셨을 것 같아요. (울먹이며) 아들을 낳지 못해 시댁에 가면 밥도 서서 드셨다고 했어요.”


“지금 질문자 인생만 생각해도 눈물이 나는데 당시 20대 초중반의 어머니의 삶은 어땠겠어요? 당신도 살기 힘든데 아기까지 계속 울면 본인도 모르게 짜증 나지 않겠어요?”


“네, 많이 짜증 났을 것 같아요.”


“같은 여자 입장에서 보면 어머니도 불쌍한 분이에요. 스무 살 갓 넘어 결혼했는데 남편한테 사랑받기는커녕 시어머니가 아들 못 낳는다고 구박하시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어머니도 그 괴로운 상황 속에서 몸부림친 거예요. 괴롭다고 남편이나 시어머니한테 악을 쓸 수도 없고 갓난아기인 남동생한테 짜증 낼 수도 없으니 그나마 큰 아이인 질문자에게 짜증을 낸 거예요. 물론 어머니가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어머니가 처한 상황에서는 그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는 거예요.”


“저도 스님이 쓰신 책에서 부모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용서하면서 마음을 내려놓아야 제 자신이 편해진다는 글귀를 읽고 그렇게 노력했지만 잘 안 돼요.”


“스님은 ‘용서하라’는 말은 한 적은 없어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어머니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질문자가 어머니를 용서하나요? 지금 질문자의 이야기는, 마치 어머니가 한국어를 해서 영어 배우기가 어렵다고 원망하는 것과 같아요. 물론 ‘어머니가 영어를 했다면 질문자도 어머니 따라 영어를 했을 것이다’라는 말은 맞아요. 그렇지만 ‘어머니는 왜 영어를 안 써서 내가 영어를 배우는데 어렵게 합니까?’하면서 원망한 뒤에 용서한다면 그게 말이 되나요?” (청중 웃음)


“아니요.”


“만약 어머니가 그렇게 힘들게 사는 동안 질문자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 집에 계속 사셨을까요, 아니면 일찌감치 그만 살고 나오셨을까요?”


“그만 살고 도망가셨을 것 같아요.”


“근데 왜 도망가지 않으셨을까요?”


“저희들 때문에요.”



누가 더 사랑받았을까요? 화목한 가정 vs 싸우는 가정


“반면 사이좋은 부부 사이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다고 하는데, 그 아이들이 정말 사랑을 많이 받은 거예요, 아니면 사이좋은 부모 사이에 그냥 산거예요? (청중 웃음) 어차피 사이좋은 부부라면 아이가 있든지 없든지 잘 살겠죠. 그러니 아이 때문에 사는 건 아니에요.(청중 웃음) 그런데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경우엔 남편이나 아내 때문에 같이 살아요, 아니면 자식 때문에 같이 살아요?


“자식 때문에요.”


“그러면 사이좋은 부모와 산 아이가 사랑을 더 받았어요, 사이 나쁜 부모와 산 아이가 사랑을 더 받았을까요?” (청중 웃음)


“솔직히 조금 억지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이해가 잘 안 돼요.”


"다시 차근히 말하자면, 사이가 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 심리가 안정된다는 말은 맞아요. 그렇다고 부부 사이가 나쁜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은 맞지 않아요. 왜냐하면 화목한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 아이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는 것은 맞지만 엄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오히려 엄마가 남편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것이죠. 반면 사이가 안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안함은 있지만 엄마가 남편이 아닌 자식 때문에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식 입장에서는 엄마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질문자의 어머닌 질문자 때문에 그 집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어머니도 구박만 하고, 남편도 사랑해주지 않고, 집안 사정도 좋지 않은데 무슨 희망으로 살았을까요? 비록 어머니가 하도 속이 상해 짜증내고 때리면서 키웠다 하더라도, 그것은 본인의 성격을 제어하지 못해 생겨난 일이지 아이를 사랑하지 않거나 미워해서 한 행동들은 아닙니다. 도리어 자식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짜증을 내면서도 같이 살아주신 겁니다.


오히려 ‘아, 어머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정말 모르고 살았구나’ 하고 깨달아야죠. 질문자는 어릴 때 어머니가 짜증 낸 기억에만 사로잡혀, 지금 같은 원망이 생긴 겁니다. 어릴 때는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어린아이는 숨겨진 사랑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달콤한 사탕이 더 중요하니까요.


질문자는 이제부터 ‘어머니, 그동안 저보다도 어린 나이에 자식들 키우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래도 짜증을 내면서라도 저를 안 버리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으로 자꾸 절을 해보세요. 그냥 절만 한다거나, 부모님이니까 존경해야 한다는 당위로는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요.”



“스님, 그럼 지금 받는 심리 상담을 그만두고 절 수행을 해야 할까요?”


“아니에요. 심리 치료도 하고 절도 같이 하세요. (청중 웃음) 절을 하면서 당시 어머니의 안타까운 처지를 생각하면서 ‘아, 내가 어머니의 사랑을 몰랐구나.’하는 마음을 자꾸 내세요.”


“깨달음의 장 같은 수행 프로그램을 하면 이 문제를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을까요?”


“많은 도움이 되지요. 그러나 너무 빨리 하려고 하지 마세요. (청중 웃음) 질문자도 그런 환경에서 성장해, 자신도 모르게 그런 미움이 생겼기 때문에 그냥 살아도 됩니다. 다만 그런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엄마가 동생한텐 잘하고 나한텐 짜증만 냈다는 한 면에만 사로잡혀 미워할 게 아니라 어머니가 자식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을까 같은 또 다른 면까지 알게 되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절로 치유가 돼요. 지금은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즉 무지로 인해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거예요.


다시 말해 내가 덕 본 사람한테 원하는 만큼 못 받았다는 이유로 원망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질문자는 어머니를 이해하고 감사를 표현해보세요. 그러면 차츰 자기 치유가 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

내가 원하는 만큼 받지 못했다고 

원망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더 자세히 보기 > https://goo.gl/RRGb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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