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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륜 Nov 13. 2018

다른 엄마들만큼 아이를 못 챙겨줬어요_법륜스님 즉문즉설

73화

*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조건이나 상황을 고려한 대화입니다.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른 엄마들만큼 아이를 못 챙겨준 것 같아 후회가 됩니다.

“저는 올해 고3과 고1인 두 딸의 엄마입니다. 지금 와서 보니 저는 늘 일을 하느라 다른 엄마들만큼 아이들 공부를 잘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고, 후회가 됩니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꾸준히 과외도 시키고 열과 성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는 아이들을 사랑했을 뿐 공부나 대학교 쪽으로는 빵점인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고3짜리 딸은 이미 늦었고, 지금이라도 고1짜리 딸을 다른 엄마들처럼 적극적으로 돌봐줘야 할까요? 저는 항상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고 외쳐왔는데, 요즘 들어 우리 딸들 성적과 다른 아이들 성적을 비교해 보면 좀 후회가 됩니다.”


“딸의 IQ가 아주 높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증표가 있습니까?”


“아니요, 전혀 없습니다.” (모두 웃음)


“딸들의 IQ가 특별히 높거나 재능이 있다고 판정이 됐는데 질문자가 아이들을 방치해서 아이들 성적이 안 올랐다면 ‘엄마가 아이를 잘못 돌봤나’ 하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딸들이 평범한 IQ에다가 재능도 보통이라면 딸들이 1, 2등을 못하는 게 질문자가 아이들에게 뭘 특별히 안 해 줘서 일어난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질문자의 잘못은 없는 것 같아요.


아이의 재능이 특별한데도 부모가 제대로 뒷바라지를 안 해 줘서 그 재능에 비해 성적이 훨씬 떨어진다면 부모 책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딸들의 재능이 보통이고, 성적도 보통이라면 그게 왜 부모 책임이에요?”


“맞습니다.”


“그래서 질문자의 잘못은 없어요. 잘못이 없는데도 질문자가 자꾸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건 질문자가 지금 과민한 상태라는 겁니다.


엄마의 가장 중요한 역할, 

아이가 행복하도록 돕는 것 


 엄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아이가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엄마는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아이를 길러야 됩니다.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 엄마가 불안하고, 초조하고, 악쓰고, 그러면 아이들 심리가 불안해져요. 엄마가 아이들 돌보는 게 육체적으로는 좀 힘들어도 아이들이 귀여워서 아이들 키우는 게 재밌고, 그래서 사는 게 재미있고, 부부간의 갈등도 적어서 엄마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아이들을 키우면 아이들의 심리는 편안해져요. 


아이들의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엄마의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이 굉장히 안정이 됩니다. 이것이 엄마가 아이에게 첫 번째로 해 줄 수 있는 선물이에요. 아이가 재능도 없고, 신체장애일 수도 있고, 대학을 못 갈 수도 있지만, 그런 엄마한테 자란 아이는 나중에 무슨 일을 해도 초조 불안하지 않고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는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둘째, 아이가 커서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엄마가 아이들과 설거지할 때 설거지를 같이 하고, 방청소할 때 방청소를 같이 하고, 빨래할 때 빨래를 같이 하게 하면서 놀아줘야 돼요. 이것이 일종의 조기교육인데, 그렇게 하면 아이는 설거지하는 걸로 장난을 치다가 설거지를 배우고, 걸레로 장난을 치다가 방청소를 배우고, 빨래로 장난을 치다가 빨래하는 걸 배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자생력을 갖게 되는 거예요. 방청소도 스스로 하고, 엄마 없으면 스스로 밥을 해 먹을 줄도 알게 되는 거예요. 직업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사람이 자생력을 갖도록 하는 게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줘야 할 중요한 일이에요. 이것이 엄마가 아이에게 두 번째로 해줄 수 있는 선물입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잘한 것 같네요. 지금 여기 청중들한테 ‘아이를 키울 때는 나처럼 키워야 돼요’라고 자랑하러 나온 것 같아요.(모두 웃음)


진짜 엄마만 해줄 수 있는 선물을 자식한테 해줄 생각을 해야지, 엄마가 아닌 사람들도 줄 수 있는 것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자꾸 다른 엄마들과 자신을 비교하는데, 다른 엄마들은 아이한테 엄마 역할을 한 게 아니라 주로 이웃집 아줌마 역할을 한 거예요. 그러니 그런 건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창의력 사회에 대비하는 부모의 자세 


 많은 미래학자들이 미래 사회는 지금과는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20년 후에는 현재 있는 직업 중에 절반가량이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거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겁니다. 그런 상태를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또 노동 과잉 현상이 생길 거예요. 기본적인 지식 노동과 기본적인 기술 노동은 전부 기계 또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거니까요. 이미 상당히 진행이 되어 있잖습니까. 단순한 지식노동자, 간단한 기술 노동자는 전부 인공지능이나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대체할 수 없는 건 어떤 일일까요? 크게 두 부류입니다. 첫째, 10명 중에 1명도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이 뭔가를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창의적인 일, 둘째, 기계로도 대체할 수 없는 막노동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득 격차가 엄청나게 늘어나서 새로운 계층 사회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어떤 사회 시스템을 마련해야 될까요? 지금까지 해 왔던 시스템으로는 안 되겠지요. 정치적으로 소득 재분배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서 좀 더 강력하게 작동시켜야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에 스위스에서 제기된 ‘기본소득론’이 그것입니다. 지금 있는 ‘사회보장제’만으로는 미비하니까, 이 세상에 태어나면 무조건 얼마의 소득을 갖게 하는 방식으로 소득 재분배를 하자는 것인데, 이런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지난 100년 동안 유럽과 미국을 선진국이라 하며 우리의 발전 모델로 삼았습니다. 우리는 모방만 하면 됐어요. 학교 다니면서 배운 모든 지식도 결국 모방 교육이었어요. 이미 있는 걸 베끼는 거였습니다. 모방은 채찍질하고 독려하면 속도가 나게 돼있어요. 그래서 그 속도 게임에서 일본이 제일 먼저 성공했고, 그다음엔 한국이 성공했고, 요즘엔 중국이 성공 중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방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가 100년쯤 되다가 점점 좁혀져서 10년 차이, 5년 차이가 나게 되고, 이제 속도가 점점 줄게 됩니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정체되는 거예요. 그래서 일본은 지금 20년 간 정체 중이고, 한국도 이미 정체된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고, 앞으로 더 정체될 걸로 예상이 됩니다. 중국도 이미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을 돌파해야 되는데 그 동력이 ‘창의성’입니다. 없는 걸 새로이 만들어내야 돼요. 그런데 우리는 모방만 하다 보니 없는 걸 만들어낼 능력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옛날엔 모방에 있어서 일본이 제일 빨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모방력이 뛰어나요. 반대로 없는 걸 만들어내는 건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누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면 그걸 더 멋있고 값싸게 빨리 만들어 내는 기술은 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전자제품’ 하면 일본의 소니였는데 지금은 그 명성이 사라졌듯이, 삼성도 이 난관을 돌파하지 못하면 장래가 밝지 못해요. 지금 경제가 정체된 이유도 다 이 창의성 문제 때문입니다. 이 난관을 돌파하려면 어릴 때부터 창의성 키우는 교육을 할 수밖에 다른 길이 없어요.


요즘 회사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은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창의력이에요. 대기업에서는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창의적인 인력이 필요한데, 서울대 나온 사람도 창의적이진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옛날처럼 모방이 최선인 때에는 서울대 나오는 게 도움이 됐는데, 요즘엔 창의적 인력이 필요하니까 외국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바람에 많은 외국인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단순한 지식노동이나 기술 노동은 전부 기계가 대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막노동 일은 다 외국인 노동자인 동남아시아 노동자로 대체되고 있잖아요. 요즘 젊은이의 80, 90%가 대학을 나왔으니까 저임금 막노동은 서로 안 하려고 하면서 생긴 문제입니다. 


그래서 대학 졸업자들의 일자리가 없는 거죠. 그런데 중소기업에서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외국인 노동자를 쓰고, 대기업에서는 소수의 창의적 고급인력이 부족해서 외국 고급기술자를 써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교육이 창의적 인력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지금은 교육에 엄청난 돈을 투입해도 투자한 것에 비해서 수익이 별로 안 나오는 구조예요. 옛날에는 교육에 10을 투자하면 평생 그 사람이 노동해서 벌 수 있는 돈이 100은 되었는데, 지금은 교육에 100을 투자해도 평생 100을 벌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또 교육기간은 계속 늘어나고, 노동기간은 굉장히 짧아져서 늦게 취직했는데도 일찍 은퇴해야 되는 시대예요. 이렇다 보니 학교 교육도 언젠가는 붕괴될 겁니다.


첫째, 극성 엄마들이 하는 교육 방식은 옛날식인 데다가 그것은 엄마의 역할도 아닙니다. 엄마 역할도 제대로 안 하면서 그런 역할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둘째, 제가 자랄 때는 그렇게 극성 엄마들이 하는 교육방식이 도움이 됐는데 지금 아이들에게는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가능하면 엄마는 교육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아요. 밥만 해 주고, 공부는 아이가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은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이지 학교 성적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제가 어렸을 때는 주산 잘 놓고, 암산 잘하는 것이 굉장한 능력이었어요. 지금은 계산기만 누르면 되잖아요. 또 제가 지리를 잘 아는 편인데 내비게이션이 나온 이후로는 저의 재능이 아무 소용이 없어졌어요.(모두 웃음) 그런 지식과 기술이 아무 소용이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엄마 역할을 잘하고 있어요. 그러니 괜히 둘째 아이 망치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사세요.”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모두 박수)


다만 아이가 행복하게 살도록,
커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원본]

https://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78411&page=13&p_no=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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