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조건이나 상황을 고려한 대화입니다.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선택 장애가 있어서 힘들어요.”
질문자 “소소한 문제지만 저한테는 선택장애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식당에 갔을 때 메뉴를 잘 못 고르겠어요.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요. 스님을 뵈러 오는데도 무슨 옷을 입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일할 때도 어떤 고객이 나와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고요.
스님께 선택장애에 대한 질문을 하려니 제 딸도 저를 닮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남편과 통화 하면서 ‘내가 스님께 선택장애에 대한 질문을 할 거‘라고 자랑했더니 남편이 ‘그럼 한 가지만 더 질문해 달라며, 선택장애가 있는 아내와 딸과 사는 남편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봐 달라’고(모두 웃음) 농담처럼 얘기하더라고요.”
법륜스님 “남편한테 말씀드립니다. ‘그냥 살아라.’(모두 웃음) 그런데 우리가 선택을 할 때 ‘이럴까’ ‘저럴까’ 하며 다들 어려워하고 망설이지요. 이걸 잘 분석해 보면, 선택을 두고 망설일 때는 첫째, 두 개가 별 차이가 없을 때 망설여요. 예를 들어 ‘오늘 파란 옷을 입을까? 빨간 옷을 입을까?’ 로 망설일 수는 있는데, ‘오늘 벗고 나갈까? 입고 나갈까?’(모두 웃음) 이건 망설이지 않잖아요.
이성애자에게는 ‘여자하고 결혼할까? 남자하고 결혼할까?’ 이것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하고 결혼할까? 저 남자하고 결혼할까?’는 좀 망설이겠지요. 그러니까 망설일 때는 큰 차이가 없을 때 더 망설여집니다.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어느 것을 선택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예요. 이럴 땐 과감하게 아무거나 탁, 선택해 보세요. 물론 사업에 대한 결정 같은 건 신중해야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이거 먹을까? 저거 먹을까?’는 별 문제 아니잖아요. 옷 입는 일도 큰 문제가 아니에요. ‘결혼을 이 남자와 할까? 저 남자와 할까?’ 이것도 큰 문제는 아니에요. 결혼하기 전에는 굉장히 큰 문제일 수 있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면 이 남자나 저 남자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모두 웃음)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아무 거나 선택해도 좋다는 거예요. 이건 결정장애, 선택장애가 있는 분에게만 말씀드리는 건데, 망설임이 일어나면 ‘동전을 던져서 아무거나 선택’ 하는 훈련을 해보세요.
이 얘긴 점치라는 뜻이 아니라 망설일 때는 어느 걸로 결정해도 상관없다는 뜻이에요. 이런 연습을 의식적으로 반복하다보면 망설임이 점점 적어집니다.
두 번째, 왜 망설이느냐? 선택의 결과를 안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이에요. 즉 책임을 안 지려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돈이 좀 궁해서 ‘돈을 빌려야 될까? 말아야 될까?’ 망설일 때는 빌리든지, 안 빌리든지, 그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닌데 돈을 빌리면 갚아야 되는 책임을 져야 돼요. 돈을 갚기 싫으면 안 빌리면 되는데, 안 빌리면 지금 조금 어려운 걸 감내해야 합니다.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에요.
‘결혼을 하는 게 좋냐? 안 하는 게 좋냐?’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결혼하게 되면 결혼에 따르는 결과, 즉 책임이 있습니다. 그 책임을 안 지려고 할 때 결혼생활이 어려운 겁니다.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살아도 그에 따르는 결과가 반드시 있지요. 그 책임을 안 지려고 하면 혼자 사는 사람으로서 외로워져요. 결혼을 했는데도 책임을 안 지려고 하면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라는 게 발생하고요. 그러니까 어떤 선택에든 반드시 책임이 따르는데 선택을 망설이는 건 그 결과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거예요. 여러분이 은행에 예금해서 이자를 받는 대신 사채로 빌려주는 이유는 뭡니까? 사채가 이자율이 더 높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자율이 높으면 돈을 떼일 확률이 높아져요, 똑같아요?”
“(대중들) 높아져요.”
“네. 또 은행이자를 받거나 채권을 사는 것보다 주식을 사는 것이 이익이 큽니다. 반대로 손해날 위험은 크지요. 그런데 이익은 취하고 위험부담은 안 지고 싶어 하지요. 그래서 선택을 망설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안정을 중요시할 때는 이익을 포기해야 되고, 이익을 더 추구할 때는 그만한 손실을 감수할 수 있어야 돼요. 그런데 여러분은 이익과 안전 이 두 가지를 다 추구하는 거예요. 다시 말해 결혼으로 외로움을 극복하는 동시에 자유로움도 함께 누리려는 거예요. 예컨대 배우자가 경제력이 있다면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이 있는 반면에 상대가 요구하는 게 많을까요, 적을까요?”
“(대중들) 많아요.”
“예. 게다가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독선적인 근성도 많겠지요. 돈은 반드시 돈 값을 하고, 인물은 반드시 인물값을 하고, 지위는 반드시 지위 값을 합니다.(모두 웃음) 그걸 지불해야 합니다. 만약에 돈도 많고, 인물도 아주 괜찮고, 지위도 높은 남자와 결혼 했다면 그게 성공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선택에 따른 과보가 있습니다. 이렇게 조건 좋은 남자를 나만 좋아하겠어요? (모두 웃음) 그런 남자는 유부남이라도 다른 여자들이 좋아할 가능성이 높으니 바람피울 확률이 높거든요. 그러니까 결혼 했다고 안전한 게 아니에요.
그런 것까지 예상해서 ‘잘난 남자 데리고 살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하거나, 남자를 독점하고 싶으면 잘난 남자를 포기 해야겠지요. 그런데 욕심 때문에 그게 안 되니까 인생이 피곤해지는 거예요. 잘난 남자랑 살다가 문제가 좀 생겨서 버리려니까 다음에 이만한 남자를 고르기가 힘들 것 같으니 버리지도 못하고, 살려니까 피곤해서 인생의 괴로움이 길어지는 거예요. ‘이 정도 남자는 어디 가서도 구한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합니까? 바로 버리지요.(모두 웃음) 간단한 거예요.
그래서 ‘망설임, 선택장애’라는 건 다 이렇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안 지려는 욕심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 어느 걸 선택해도 별 차이가 없어요. 그러니 질문자는 음식메뉴나 옷을 고를 때마다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인식하고 선택하는 연습을 하세요.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지시구요. 오늘 이 법문을 듣고 이해했어도 선택의 순간이 오면 또 다시 망설여질 텐데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재빨리 결정하고 결과도 책임진다면 선택장애 정도는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어떤 선택을 해도 큰 차이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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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18.8.25. 스님의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