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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폼폼 May 29. 2024

괴물은 누구

저의 일기를 정리하고 공개합니다 2023년 12월

2023.12.02. 토요일



어제 남편이 갑자기 내 머릴 만지며 말했다.


남: 내일 조조니까 머리 굳이 안 감고 가도 될 거야.

나: 무슨 소리야, 감고 갈 거거든?

남: 씻을 거구나.

나: 당연한 말을.



괴물,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을 봤다. 무얼 말해도 스포가 될 것 같다. 


그냥 이 영화는 조금 무섭다. 잔인하고 자극적인 내용이나 연출은 전혀 없음에도. 영화 속의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비밀과 거짓을 안고 살아간다. 상대의 내면에 감춰진 그것들을 볼 수가 없기에 그들은 엇갈리며, 겉만을 보고 서로를 괴물이라 낙인찍고 달아난다. "괴물은 누구지?" 물병 안에 들어있는 돌과 모래, 한쪽만 돌아온 운동화, 달리는 차 안에서 문을 열고 몸을 던지는 행위 모두가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소름 끼치고 무서울 뿐이다. 그래도 폭우 끝에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면..


우리까지 여덟 명의 관객이 오붓하게 영화를 봤다. 



슈톨렌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맛집 없나 고민하던 내게 친구가 한 곳을 추천해 주었는데 슈톨렌 하나에 4만 원, 배송비 5천 원이다. 신혼 때 오월의 종에서 사면서 2.5만 원 정도도 매우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미쳤다. 고민하다가 사지 않기로 했다. 먹고는 싶다. 하지만 먹고 싶다고 다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얼굴에 딱딱한 왕여드름이 4개나 있다. 며칠 연속으로 우유를 마셨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가 되어 자취를 하자, 점점 여드름이 사라졌다. 이전보다 길게 규칙적으로 잘 수 있었고, 무엇보다 혼자 살면서는 우유를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꽤 긴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내 여드름의 상당지분을 우유가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우리 집은 내가 어릴 때부터 항상 아침마다 우유 1잔 이상을 마셨었는데 말이다.


저녁 먹을 시간인데 갑자기 블루베리스무디가 먹고 싶어졌다. 나는 블루베리도, 스무디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스무디류는 1년에 한 잔 마실까 말까인데 어느새 배민까지 뒤지고 있었다. 남편이 만든 양다리찜을 먹고 나서도 그 욕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게임하고 있던 남편을 일으켜 함께 아파트 카페에 갔다. 오가며 새로 산 누빔솜바지가 매우 따땃해 흡족했다. 집에 와서 스무디를 마시며 어플을 확인했다. 역시 곧 생리할 때다. 이건 몸이 원하는 거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당 그 자체인 고칼로리의 음료를 쫘악쫘압 빨아들였다. 


고양이들이 심심해해서 간식볼 두 개를 던져주었다. 치즈는 제 것을 갖고 놀다가 이내 싫증을 냈다. 후추는 열심히 열심히 볼을 굴려서 간식을 꺼냈다. 그리고 치즈가 와서 먹었다. 후추는 화도 안 낸다. 각자 꺼 돌리라고 둘을 떼놓았다. 잘 안 나오는 과자를 3개 정도씩 넣어두는데 마지막까지 인내를 가지고 굴리는 건 후추다.



결혼한 지 1년 반 만에 유키카가 앨범을 냈다. 나미의 '가까이하고 싶은 그대'를 리메이크한 곡이 타이틀이다. 마지막 앨범이라 한다. 시티팝 요정이 가는구나...



자기 전에 아이크림을 바를 때 가끔 생각난다. H가 나에게 아이크림은 꼭 조기에 발라야 한다고 신신당부하던 일이. 그녀의 언니가 아이크림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아직도 눈가가 팽팽하다는 말에 무척 귀가 솔깃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언니지만 젊디 젊은 나이 셨을 텐데. 어쨌건 불안하니까 또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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