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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폼폼 May 29. 2024

고양이가 내 시간을 흡수한다

저의 일기를 정리하고 공개합니다 2023년 12월

2023.12.03. 일요일


코뚜레에 입막음 테이프까지 하고 잤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혼자였다. 침대 한구석에서 내팽개쳐진 코뚜레를 찾았다. 남편은 접이식 리클라이너에서 불편하게 잔 후 이미 출근해 있었다. (이름과는 다르게 국산인) 라꾸라꾸 침대를 검색했다. 사야 하나. 이거라도 사는 수밖에 없나.



'고양이는 의젓하다'라고 메모장에 써 놨는데 대체 뭘까. 무얼 하든 시야에 고양이가 들어오면 자꾸 멈추게 된다. 참을 수 없어서 얼굴을 부비고 뽀뽀한다. 아주 내 시간이 빨려 들어간다. 그래서 생각난 게 이 노래.


Perfume / Spending all my time




표고버섯볶음, 계란장조림, 소시지부침을 만들었다. 어렵지 않은 요리고 대충대충 하는데도 1시간 반이 걸렸다. 집안일 중에 요리가 가장 싫다는 엄마의 말이 절절이 실감 났다. 밑반찬 만들기는 품은 품대로 들고 폼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 지금 만든 반찬들을 어린 나에게 준다면 이런저런 트집을 잡으며 툴툴댈 거다. 나에게 자식이 있다면, 그 어린이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럼 난 대답할 거다. "걍 먹어." 받아먹는 자는 만든 자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안 된다.



요리를 하고 지쳐서 소파에 앉은 나를 보고 남편이 다가와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남: 시원하세요, 할머니.

나: 고마워, 총각.(이때 성대모사 중요함)

남: 5만 원이에요.




저녁으로 사과와 밤을 먹었다. 난 너무 맛있었는데 남편이 슬퍼했다. 밤 짱맛인데. 쓰레기를 버리러 함께 나가서도 그는 계속 배고파했다. 나는 참으라고 했다. "배고파."와 "참아야 하느니라"가 수없이 오가고, 우리는 분식집에 갔다. 생맥주와 닭꼬치를 먹었다. 부부는 이래서 살이 찐다. 언제나 야식메이트와 함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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