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이틀 전
고등학교 때까지의 학창 시절은 그저 평범한, 아니.. 조금은 착한 학생이었다.
그리고 대학을 가서는 장애인야간학교 교사를 했다. 아주 열심히..
그리고 대학 4학년, 결혼을 했다.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는 어느덧 3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친한 친구 중 한 아이는 핀란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핀란드에서 산다.
친한 친구 중 한 아이는 대학교 때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더니 그 돈으로 훌쩍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야학의 교사로 치열한 삶을 살고 결혼이라는 용감한 결정을 한 것이다.
나도 모르는 나는..
자유를 갈망하는 영혼이었다.
그렇게 '여행'은 나의 이룰 수 없는 큰 신기루가 되었다.
입으로 말하지만 실현시킬 용기는 도저히 없었다.
나는 영어를 너무 못한다.
나는 편식이 너무 심하다.
나는 심각한 길치이다.
그래서, 여행은 나에게 갈망하나 도저히 이룰 수는 없는 '이어도' 같은 것이었다.
직장에서 함께 마카오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직장 동료는 마카오에서 3여 년을 살았다. 그래서 그 직장동료만을 믿고 갔던 출장이었다.
그리고 우리 팀은 마카오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카오에서 살았던 직장동료가 갑자기 공항에서 마카오 경찰에게 붙들려갔다.(잡혀갔다기보다는 붙들려갔다는 이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후에 알고 보니 마카오는 주민세를 받는데, 나의 직장동료는 한국으로 오고 나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고 마카오에 살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통장으로 주민세를 받았던 것이다. 물론, 본인은 돈을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렇게 붙들려간 나의 직장동료는 통장의 돈을 모두 돌려주고 나서 나올 수 있었다.)
믿었던 우리의 가이드인 동료는 경찰과 함께 사라지고 일행 중 가장 젊은 나에게 이후의 일정을 해결해야 하는 중책이 맡겨졌다.
겨우 몇 마디 영단어를 내뱉었고 어찌어찌 상황이 해결되었다.
이 사건은 나에게 매우 큰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아이와 함께 이렇게 여행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8살이던 첫째와 핀란드로 4주가량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친구는 핀란드 뚜르끄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친구는 나를 데리러 공항이 있는 헬싱키로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와 나는 기차를 타고 친구네 집까지 가기로 했는데 기차표를 끊는데 역무원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내가 이해한 것은 up과 down 중에 고르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 기차가 2층이구나. 이왕이면 아이가 신나게 2층으로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up을 선택했고, 우리는 역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맞다, 나는 up/down이 순방향/역방향이라는 것도 몰랐던 것이다.
신기루였던 여행을 현실에서 마주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여행'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지금의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2023. 12. 31. ~ 2024. 2.4, 36일간의 태국 여행.
16살, 13살, 11살의 아이와 함께 떠나기로 했다.
나에게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결심을 가능케 한 그 직장을 나는 올해 그만두었고,
나의 퇴직금은 장기여행을 가능토록 했다.
11살, 어여쁜 나의 막내는 소아뇌전증을 앓고 있다.
그래서 간간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날 때, 막내는 아빠와 함께 집에 두었던 적도 있다.
왜냐하면 막내는 음식을 조절하고 있는데 외식으로 이루어지는 여행을 함께 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떠나보기로 했다.
무작정 떠나고 싶었지만, 작정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상황을 뒤로한 채..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짜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우선 항공권을 예약하고, 일주일 정도의 숙박을 예약했다.
낯선 곳에서 2024년의 첫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나에게는 이 여행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이 어떻게 채워질지 모르지만, 우선 지금은.. 그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