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해리 Jun 04. 2019

퇴사, 그리고 그냥 백수

내가 왜 퇴사를 했냐면 그리고 앞으로 뭘 할거냐면


이 글은 지난 9월에 쓴 글이다. 이 글을 써 놓고 작가의 서랍에 넣어둔 채 8개월이 흐른 지금에야 꺼내게 됐다. 지금 와서 읽어보니 새록새록하다. 그대로 넣어둘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발행. 그 때의 내 마음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아서. 





퇴사를 했다.


항상 가슴 한 쪽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며 종종 농담을 했지만 나도 내가 이렇게 갑자기 퇴사를 결정하게 될 줄 몰랐다. 고민했던 시간은 길었는데, 선택은 순식간이었다. 


퇴사를 한다고 (또는 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다음에 갈 곳은 정해놨냐'고 물었다. '잠시 쉬는 거냐'고도 물었다. 아니다. 그냥 대책 없이 그만뒀다. 실화다. 누구처럼 멋있게 프리랜서를 겸하면서 용돈이라도 벌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백수다.



그냥 백수 라이프의 시작


백수가 된 나는 궁금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보고 싶었던 책도 보고, 흥미가 가는 이런저런 일들에 끼어들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 그런데 점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멍해지는 때가 많아졌다. 가끔은 기가 꺾였고 저 밑바닥에서 불안한 마음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분명 이런 상태가 될 걸 예상했고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왜 퇴사를 했더라,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잊고 있던 브런치에 접속했다. 심지어 그 사이 휴면계정이 되어 있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글을 쓰겠다며 만들어 놓곤 결국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인데, 이 첫 글을 쓰기까지 몇 년이 걸린걸까. 



돌이켜 보니 내가 왜 퇴사를 했냐면


요즘 불안감을 느낀다면서 이 말을 하려니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나는 불안한 상황에 나를 놓아보고 싶었다. 그럴 때 내가 어떤 선택들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매달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삶에 안주하는 나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분명 매일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간절하게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누군가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리셋 버튼을 누른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회사에 매여 있으면 하지 못할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기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할 기회, 나의 '밑천'을 풍요롭게 채우고 탄탄하게 다질 기회, 나만의 색깔을 찾고 날카롭게 다듬어볼 기회, 그러다 예상치 못했던 전환점을 맞이할 기회. 



그래서 앞으론 뭘 할거냐면


일단 오늘의 나에게 주어진 숙제는 

나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들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을 것. 

당장의 불안감에 기죽어 방향을 잃지 않을 것.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이 말 뿐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써 넣고 싶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만 스쳐 지나가는 매일의 생각들을 붙잡아 이 곳에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 지금의 이 어설픈 글이 변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