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퇴사를 했냐면 그리고 앞으로 뭘 할거냐면
이 글은 지난 9월에 쓴 글이다. 이 글을 써 놓고 작가의 서랍에 넣어둔 채 8개월이 흐른 지금에야 꺼내게 됐다. 지금 와서 읽어보니 새록새록하다. 그대로 넣어둘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발행. 그 때의 내 마음을 잘 담고 있는 것 같아서.
항상 가슴 한 쪽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며 종종 농담을 했지만 나도 내가 이렇게 갑자기 퇴사를 결정하게 될 줄 몰랐다. 고민했던 시간은 길었는데, 선택은 순식간이었다.
퇴사를 한다고 (또는 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다음에 갈 곳은 정해놨냐'고 물었다. '잠시 쉬는 거냐'고도 물었다. 아니다. 그냥 대책 없이 그만뒀다. 실화다. 누구처럼 멋있게 프리랜서를 겸하면서 용돈이라도 벌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백수다.
백수가 된 나는 궁금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보고 싶었던 책도 보고, 흥미가 가는 이런저런 일들에 끼어들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느새 한 달이 흘렀다. 그런데 점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멍해지는 때가 많아졌다. 가끔은 기가 꺾였고 저 밑바닥에서 불안한 마음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분명 이런 상태가 될 걸 예상했고 이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왜 퇴사를 했더라,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잊고 있던 브런치에 접속했다. 심지어 그 사이 휴면계정이 되어 있었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글을 쓰겠다며 만들어 놓곤 결국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인데, 이 첫 글을 쓰기까지 몇 년이 걸린걸까.
요즘 불안감을 느낀다면서 이 말을 하려니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나는 불안한 상황에 나를 놓아보고 싶었다. 그럴 때 내가 어떤 선택들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매달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삶에 안주하는 나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분명 매일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데,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간절하게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누군가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리셋 버튼을 누른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회사에 매여 있으면 하지 못할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기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할 기회, 나의 '밑천'을 풍요롭게 채우고 탄탄하게 다질 기회, 나만의 색깔을 찾고 날카롭게 다듬어볼 기회, 그러다 예상치 못했던 전환점을 맞이할 기회.
일단 오늘의 나에게 주어진 숙제는
나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들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을 것.
당장의 불안감에 기죽어 방향을 잃지 않을 것.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이 말 뿐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써 넣고 싶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만 스쳐 지나가는 매일의 생각들을 붙잡아 이 곳에 기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 지금의 이 어설픈 글이 변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