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지적이나 간섭, 무조건적인 응원과 피드백은 다르다. 그런데 무엇이 다를까? 이건 내게도 큰 숙제 같은 주제였다.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 말은 쉬운데 내가 실천하려고 하면 어려웠다. 피드백을 주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이 상하지는 않을까 늘 조심스러웠고, 때론 그걸 너무 신경쓰다가 정확한 피드백을 주지 못하기도 했다. 피드백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피드백에는 큰 상처를 받았고, 어떤 피드백은 (아마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좋은 이야기만 해주고 싶었겠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한다. 피드백은 나 혼자서 잘 하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 '문화'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최근 글방에 가입해 공동체 안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경험한 피드백 문화가 내게 큰 영감이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 읽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감이 안와 미루어 두었던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 이야기가 떠올라 이 두가지를 결합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를 조직 내에 정착시키고 싶은 리더, 동료들과 연대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고 싶은 개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1. 피드백 문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함께 노력한다.
글방 첫 날은, 규칙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곳에서는 이런 룰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 룰을 따라 주세요.'라고 기본 규칙을 안내하고,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그리고 실제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룰에 어긋난다면 부드럽게 개입하고 매개한다. (매니저의 역할이 정말 크고, 중요하다고 느꼈다.)
넷플릭스에서도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할만큼, 피드백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진심이다. 넷플릭스는 피드백을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을 구분하여 문서화하고, 피드백의 모델을 4A 형식으로 정리하여 공유한다고 한다. 공동체 안에서 규칙을 정식으로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 이것을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약속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조직문화란, 혼자 노력해서 만들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사람'과 '일(작업)'을 분리해서 바라본다.
피드백을 받았을 때 불쾌해졌던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분명 일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말이 나의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경험. 그럴 때마다 나에게도 연습이 필요하다 느낀다. 이 때에 유효한 규칙이 '일(또는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나라는 사람에 대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이지 말자'는 규칙이다. 이것 역시, 피드백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하는 사람도 유념해야 하는 이야기다. 일에 대한 피드백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글방에서는 '작가는 글로만 이야기한다'는 말로 이 규칙을 이야기했다. 사람에 대한 피드백이 아닌 '글'만 보는 상호 연습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동의할 수 없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에도 글을 쓴 취지나 의도를 설명하면 안 되고, '내 결과물이 타인에게는 이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라고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해보자고 말했다. 이런 규칙을 공유하고 시작하니, 모두가 조심스럽게 거리를 지키며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내가 가입한 글방이 '어딘글방'의 기본 규칙을 이어 받았다고 하여 최근 즐겁게 읽은 『활활발발』 속 문장도 옮겨 본다.
"오늘 새로오신 분이 있으니 글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잠깐 소개할게요. 글방에서는 오늘 나온 글에 대한 합평을 합니다. 한 편 한 편에 대한 평을 진행할 때마다 모든 분들이 읽은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다만 글쓴이는 합평이 끝날 때까지 듣고 있어야 합니다. 네,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피드백이 다 끝나고 그때 하시면 됩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면 다음 글로 넘어갑니다."
"음, 좀 답답하거나 간혹 억울할 수도 있는데 아, 내 글이 저렇게 읽히는구나 저렇게 해석될 수도 있구나, 들어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모든 독자들이 내가 쓴 의도대로 읽어준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는 경우도 있으니, 아, 쓰고 읽는다는 건 이런 거군, 이라고 편안히, 절대로 편안히는 안 되겠지만 곰곰 들어두시면 되겠습니다."
(『활활발발』, 5~6p)
우리는 공들여 읽고 공들여 비평을 한다. 이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를 불러올 수 있도록, 각각의 이야기가 만나 대서사의 강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우리는 가장 꼼꼼하고 가장 정직한 피드백을 서로에게 예의를 갖춰 한다. (『활활발발』, 9p)
글방러들이 글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들어하는 것이 현장에서 하는 비평이다. 합평회는 자신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좋은 글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쓰는 사람이 모인 집단에서라면 대부분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말이기도 하다.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기실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상기시키며, 그러니 섬세하게 예리하게 맹렬하게 피드백을 하라고 나는 종종 말하곤 했다. 명징하고 깐깐하고 정직한 비평의 언어가 쌓이고 쌓일 때 자신의 글에도 엄정할 수 있다고. (『활활발발』, 39p)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가이드 중
피드백을 '주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규칙없음』 책 속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보겠다.
AIM TO ASSIST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ACTIONNABLE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쿠바에서 에린이 준 피드백이 "교수님의 프레젠테이션이 메시지 자체를 망치고 있다"는 코멘트로 끝났다면 잘못된 피드백이었을 것이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것이다. "청중에게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구하게 되면, 결국 미국인들만 참여하게 됩니다." 더 좋은 방법도 있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나라 출신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교수님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될 겁니다."
글방에서도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주관적인 느낌보다는, 글쓰는 사람의 '넥스트 스텝(NEXT STEP)'을 함께 고민하고 제안하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하자는 이야기였다. 피드백은 10분간 한 사람의 글을 살펴보고 한명씩 돌아가며 '긍정적 피드백'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내 글에 피드백을 하는 시간이 돌아왔을 때 -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꼈고, 정말 감격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단순한 칭찬이나 지적이 아니었기에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장점과 단점을 스스로 취사선택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피드백을 줄 때는 조금 긴장했는데, 내가 건강한 피드백을 할 수 있을까 우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매번 손에 땀을 쥐며 피드백을 진행했지만 글방이 끝난 후 정말 뿌듯했다. 이런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규칙으로 인해 생겨난 거리감이 내가 선을 넘는 것을 방지해 주었고 '피드백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APPRECIATE (감사하라)
"비판을 받으면 변명부터 하려 드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반사적으로 자존심이나 체면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으면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자제하고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고민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며, 수세를 취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ACCEPT OR DISCARD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넷플릭스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된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해봐야 한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글방에서는 피드백을 주기 전, 글을 쓴 이에게 꼭 물어보았다. '받고 싶은 피드백이 있나요?'라고 말이다. 피드백을 받고 싶은 것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피드백을 하는 사람도 그에 맞게 함께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드백을 수용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은 온전히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규칙도 좋았다. 결국 결정의 주체는 '나'라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해주었다.
ADAPT (각색하라)
넷플릭스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일하기 때문에, '피드백 클리닉'을 통해 이러한 피드백 문화를 계속해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직설적인 피드백을 거북하게 여기고 우회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문화에서는 피드백을 1:1로 진행하지 않고 '공식화'하는 쪽으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하는 내용과 반응을 계속해서 조절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 그 외 참고할만한 팁
"조직이나 팀에서 솔직한 문화를 조성할 때 밟아야 할 몇 가지 단계가 있다. 그중 첫번째는 상당히 비상식적이다. 흔히들 솔직하기 위해서는 쉬운 쪽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가령 상사가 먼저 부하직원에게 피드백을 많이 주는 식이다. 하지만 나는 먼저 훨씬 더 어려운 쪽을 택할 것을 추천한다. 즉 직원들이 상사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게 하는 것이다. 상사가 주는 피드백은 그 다음이다. 솔직함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직원이 먼저 상사에게 진심어린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규칙없음』, 65p)
"부하직원에게 피드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린다. 피드백을 첫 번째 안건이나 마지막 안건으로 정해, 운영 전반에 관한 논의와 별개의 항목으로 다룬다. 상사인 자신에게 피드백을 제시하게끔 부하직원을 독려한 다음, 원하면 자신도 피드백을 제시한다."(『규칙없음』, 66p)
"직원이 상사에게 피드백을 줄 때 리더들이 '소속 신호'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줄 정도로 용기 있는 직원이라고 해도 '상사가 나를 고깝게 여기면 어떡하지?' 혹은 '이러다 출세에 지장 있는 것 아냐?'와 같은 걱정을 할지 모르다. 목소리에 감사의 뜻을 담거나 상대방에게 물리적으로 다가서거나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 같은 사소한 제스처도 소속 신호가 될 수 있다.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말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그런 용기에 관해 언급하는 식의 적극적인 제스처도 좋은 소속 신호다." (『규칙없음』, 67p)
'공동체',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도, 고민도 많아진 요즘이다. 핵심은 나의 커뮤니티와 어떤 문화를 공유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그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며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 여기에 달려 있지 않을까. 아아, 아무튼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정말 멋지게 피드백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상대방을 또다른 세계로 나아가게 해주고, 나 또한 함께 성장하는 - 예술적인 피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