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통의 존재
현실은 고통스럽고 꿈속의 사막은 달콤하다. 그렇기에 나는 사막을 꿈꾸는 노래를 짓고 부른다. 고통이 아니었던들 내게 평화로운 삶 같은 것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까.
(이석원, 보통의 존재, p.93)
퇴근 무렵이었다.
아침부터 거지같은 일들이 벌어졌고, 그것들은 너무나도 일상적이었음에도 익숙해지지않고 여전히 거지같았다. 삶은 거지같은 상태가 디폴트값인 걸까. 익숙해지지않는 것도 괴롭고, 익숙해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참담한 일이었다.
- 퇴근까지 28분이나 남았어요.
하루종일 거지같은 일을 함께 해치운 옆자리 동료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 푸핡핳핫하...크하핳핳
- 뭔데요? 뭔데? 나도 같이 웃어요.
퇴근시간을 알려준 후배의 말에 뜬금없이 웃음이 터졌다. 너무 우스워서 켁켁거리며 웃고있자니, 열살쯤 어린 후배는 눈을 동그랗게뜨며 궁금해했다.
- 아니, 크크크큭 네가 너무 낙천적이어서.
물컵에 반잔의 물이 있을 때, 물이 반밖에 안남았다는 비관주의자와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낙천주의자가 있다. 퇴근시간이 28분이나 남았다는 그녀는 낙천주의자인걸까 아닌걸까.
너무 지친나머지 돌아버린 나는 28분이 지나서야 나의 사막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사막에서의 평온과 기쁨은 짧고 건조하다.
아주 평범한 평온과,
매우 소소한 기쁨이다.
그것들이 나는 지겹지가 않다.
사막까지 가는길이 너무도 멀기때문이다.
28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