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보다 특별한 한 상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식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어렸을 적 가끔 집들이가 있을 때마다 집안에 퍼져나갔던 음식 냄새와 분주함을 좋아했다. 혼자 밥을 먹는 게 일상인 현실에서 손님상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배려와 감사가 담긴 한 끼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고 손님의 취향을 고려하여 맛있게 먹길 바라는 소박한 마음이 담기면 된다. 그래서 혼자 먹는 집밥보다는 조금 더 신경 써서 영양과 맛을 고려해 만들었던 몇 가지 요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방울토마토 카프레제와 야채커리
카프레제는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토마토+생모짜렐라 치즈+바질(어린잎채소)을 기본으로 하되 양파 졸임과 잣을 추가로 얹으면 더 근사하다.
양파 졸임: 양파를 길게 썰어 올리브 오일에 충분히 볶는다. 발사믹 식초를 조금씩 넣어가며 졸인다.
커리는 되도록 전날 미리 만들고 데워서 사용한다. 야채 육수와 고기 맛이 국물에 더 우러나와 맛있다. 고기를 사용할 경우 치킨이나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야채만으로 만들 경우 방울토마토, 아스파라거스, 시금치를 주로 사용한다. 토마토는 반드시 껍질을 벗겨야 식감이 좋다.
2. 태국요리(팟타이, 새우 춘권 튀김, 쏨땀)
태국 음식이 몹시 그리울 때가 있다. 물론 타이셀렉트(태국 정부의 타이음식 공식 인증) 레스토랑을 찾아가면 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양껏 배부르게 먹긴 쉽지 않다. 팟타이를 맘껏 흡입하고 싶을 때 많이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 고수는 항상 듬뿍!
춘권 튀김: 이태원 포린 푸드마켓에서 냉동 춘권피를 산다. 크림치즈와 마늘 간 것을 잘 섞어 준비하고 새우를 잘게 다진다. 만두를 만들 때처럼 계란 노른자로 춘권피의 가장자리를 잘 바르고 가운데에 크림치즈와 새우를 넣고 돌돌 만뒤 기름에 튀기듯 굽는다. 크림치즈가 빠져나오지 않게 꼼꼼히 잘 말아야 한다.
쏨땀: 주재료인 그린파파야를 구할 수 없을 때 그린망고와 청오이를 사용했다.
3. 라오스 요리 (디핑소스-가지, 토마토, 소고기 볶음,스티키라이스)
이번에 라오스 여행을 하면서 루앙프라방에서 쿠킹클래스에 참여했다. 넉넉했던 여행기간 덕에 가능했던 일정이라 라오스의 신선한 재료와 요리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알싸한 매운맛이 그리워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이태원 마트에도 필요한 모든 향신료를 팔지는 않았다. 가능한 재료로 최선을 다해 만들었지만 싱싱한 야채와 향신료로 만든 라오스 음식은 라오스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디핑소스 2종: 라오스에서는 Jeow Mak Len(토마토), Jeow Mak Keua(가지)라고 불렀다. 껍질을 불에 태워서 벗기면 스모키한 향이 올라온다. 마늘, 샬롯, 고추를 함께 넣고 절구에 빻는다. 라임과 피시소스를 추가한다. 스티키라이스를 작게 뭉쳐서 디핑소스에 찍어먹는다. (아래 사진은 요리수업 모습)
4. 훈제연어 샌드위치
내 주위에 연어를 싫어하는 친구는 없다. 급하게 식사를 준비해야 할 때 항상 유용한 식재료는 연어다. 해동할 시간(약 30분)만 충분하다면 여러 가지 재료를 조합해서 충분히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할 수 있다.
적은 재료로 고급스러운 맛을 내는 연어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간단하게 그림으로도 남겼다.
5. 구운 채소와 양파수프
오랜만에 저녁을 먹기로 한 날, 신선한 채소를 듬뿍 먹고 싶었다. 토마토, 가지, 꽈리고추, 당근, 버섯 등을 오븐에 구워야겠다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재료를 조합해서 먹으면 괜찮겠다 싶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덕에 양파수프와 양파 졸임이 떠올랐다. 치즈를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시소, 파슬리를 샀다. 제철 무화과는 단맛을 담당해주었고 양파수프의 그뤼에르 치즈와 생모짜렐라 치즈가 묵직한 중심을 잡았다. 몇 시간 전에 만든 오이피클과 시큼한 양파 졸임은 적절한 소스 역할을 해주었다. 친구가 사 온 치아바타는 샌드위치를 만들기에도 적당했다.
결과적으로, 이 날 식사는 가장 나다운 한 상이었다고 느꼈다. 만들기 쉬웠고 쓰레기는 거의 생기지 않았고 모두들 건강한 식재료를 맛있게 먹었다. 채소의 화려한 색감은 소고기의 마블링 못지않게 모두의 환호성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