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날씨가 좋다.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운전해서 카페로 오면서 “기분이 좋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지난주까지는 주말이면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누워만 있었는데 오늘은 밖에 나와 혼자서 책방도 가고 점심으로 연어초밥 먹고 미용실 가서 머리하고 카페까지 왔다. 케이크 맛집을 검색해서 테테하우스라는 카페에 왔는데 딸기 케이크가 정말 맛있다. 반려동물 동반 가능해서 귀여운 댕댕이들도 볼 수 있다.
이제 기운이 좀 나는 건가 싶다가도 우울과 무기력이 반복해서 심해지곤 했던 터라 상태를 계속 지켜보고 있다. 조울증은 아니겠지. 지금이 조증상태라 거나… 최근에 명상센터 3개월치 한 번에 결제하고, 책도 5권이나 사고, 독서모임도 찾아보고 있고, 북토크도 신청해 놨다. 기운이 생겼다는 건 어쨌든 좋은 일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오늘은 외부활동 많이 했으니 내일은 방콕모드로 집에서 푹 쉴 생각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다. 나는 영화, 책, 전시 등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그것을 나누고 싶어 하기도 해서 영화 모임, 독서 모임처럼 사람들과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모임에 가입한다. 나는 수줍어서 내 생각이나 감정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모임활동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크게 긴장하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때는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울 정도다.
최근까지 이런 활동을 전부 못했다. 기운이 나지 않았고 집중이 안 됐다. 우울해서 책을 볼 수가 없었고 불안하고 집중을 못하니까 영화를 볼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내일은 집에서 편하게 책 읽고 영화 한 편 볼까 생각 중이다. 확실히 나는 가을 겨울이 더 힘들고 봄 여름엔 상태가 좀 나아지는 것 같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공원에 피크닉을 가야겠다. 작년에 사둔 예쁜 돗자리가 있다. 춘천 살 때 공지천 공원에서 동생이랑 같이 꽃구경하면서 빵과 음료 마시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 들으며 돗자리에 누워서 책 읽었는데 좋았다. 동생에게 원주 한번 놀러 오라고 해야겠다.
얼마 전부터 피자가 먹고 싶어서 맛집을 알아 놨는데 같이 먹으러 갈 사람이 없어서 당근 모임을 검색해 봤다. 이런저런 모임을 찾다가 마땅히 없어서 내가 그냥 모임을 만들까 생각하다가 자신이 없어서 관뒀다. 혼밥, 혼카페 다 좋은데 피자는 혼자 먹으러 가기가 부담된다. 집에서 편하게 혼자 시켜 먹는 건 상관이 없다. 매장에 가서 먹어도 남으면 싸 오면 되긴 하지만 가격도 그렇고 같이 먹으면 더 좋은 음식인 것 같다. 피자 때문에 모임에 가입하려는 나도 왠지 짠하다.
심리학 공부도 해야 하는데 좀 더 회복해서 천천히 하려고 한다. 산에도 가고, 캠핑도 가고 싶다. 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 봄이 되면서 움츠러들었던 잎들이 싹을 틔우는 것처럼 내 마음도 싹을 틔우고 있나 보다. 이러다가 무기력이 또 슬금슬금 찾아오면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겠지만 지치지 않게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하면 괜찮을 거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포기하지 않는 한 곧 그 피자집에 가서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웃으며 피자를 먹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