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내린다.
저 아래서 또 태풍이 온다고 한다.
오늘, 갑자기 생긴 휴가의 마지막 날이다.
며칠을 쉬었더라.
지난주 월요일부터였으니 주말부터하면 회사에 안간지 12일째다.
두고 온 급한 일도 있는데, 마음이 자꾸 멀어지려 한다.
멍하게 그냥 가만히 있고만 싶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다 때려치우고, 이 집을 팔면 8억쯤 할테니 시골어디쯤 4억짜리 집으로 옮기고 나머지 4억으로 아끼며 평생 살 수 있을까. 이런 허황된 생각도 해본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테라스하우스에서 살아보고 싶은 것. 멍하게 거실에서 창밖을 보고 있다가 안방에 딸린 작은 베란다에 탁자와 의자를 놓고, 방충망까지 활짝 열고 잠시 내가 하고싶은 위로의 시간을 갖아본다.
남편이 보면 뭐하는 궁상이냐 하겠지.
아버님이 갑작스럽게 소천하셨다.
휴가다녀온 저녁, 삼겹살에 맥주한잔을 먹고 남편과 산책중이었다. 어머니로부터 갑작스런 부음을 들은 건.
작년부터였던가. 아버님을 볼 때마다 왠지 아, 머지않은 미래겠구나. 곧 그날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다음달부터 투석을 앞두고 계셨다. 다행히 2주전 어머니 생신에 두분을 뵙고왔고,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17년 함께하면서 한번도 화내시는 걸 보지못했다. 마지막까지도 자식들, 가족들 편하라고 그리 급히, 갑작스럽게 재촉하신 것 같다.
산새가 좋은 사찰에 아버님을 모시고 돌아왔다. 하나밖에 없는 친손주인 내 딸아이를 정말 많이 이뻐하셨다.
그 음성이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가까운 누군가와 이별을 맞게되면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그의 음성인듯 싶다. 누구야~ 하며 부르는 목소리의 톤과 색깔.
감사했어요...
내일부턴 일상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런데 왜 이리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일까.
그냥 혼자 몇날 몇일이고 그냥 그냥 그냥
그냥 있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