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그저 지나간 시간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모든 순간이 하나하나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너희들과 잠깐의 대화를 한 것만으로도
재회의 기쁨은 충분했다.
인생의 가장 어여쁘고 앳된 시절,
그 시절을 함께 공유한 우리.
20대의 같은 과거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연대감을 느꼈고, 끈끈했다.
누구에게나 20대의 시절은 특별하지 않은가.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그 특별함과 소중함을 함께 지나온,
그래서 우리는 벗.
이십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 열심히들 살아왔지.
그래 너희 모두는 그럴 만한 사람들이야.
모두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고,
늘 자신을 채찍질 했으며,
또 주어진 나름의 역경을 견뎌왔다.
그래서 이만큼 더 성숙해진 마흔 중년의 우리가 되었지.
나는 생각한다.
돌아보면 어떻게 정신없이 살아왔는지
30대부터 40대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을 대체 내가 어떻게 건너온 건지
마치 시간의 한 허리를 베어버린 듯한 공허감.
그 시간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나는 없었던 것 같고.
아니면 눈뜨고 일어났더니 하루아침에 서른살에서 마흔살이 되어 버린 것 같은 허망함.
나는 어쩌다 마흔다섯의 지금에 와 있는 걸까.
이런 느낌을 갖는다 요즘.
너희도 그러니?
고마워.
아주 오랜만에 친구의 위로를 느꼈다.
참 따뜻하더구나. 잊고 살았나봐.
어른으로 살아가면서 불필요하다고 여겨져 버려진 감정들,
그래서 어느정도 칸막이를 치고 주변인을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아니 너무 당연해 아예 생각조차 안하고 살았는데,
친구란 것이 참 따뜻하구나. 오랜만이야.
그래, 앞으로는 우리 모두 편안했으면. 행복하기만 했으면.
늘 너희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빈다.
그리고 또 잘 있어보기. 그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