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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Nov 19. 2022

'인간극장'을 좋아합니다.

오롯이 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인간극장'이다. 평일 아침 7시 50분에 하기 때문에 당연히 평소에 보질 못한다. 주말이나 방학처럼 여유가 있을 때 5회로 나누어진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본다. 제목을 보고 어떤 걸 선택할지 고심한다. 대개 시골, 농촌, 산이 키워드로 제시된 것들을 고른다. 다둥이 이야기나 인물의 씩씩함이 느껴지는 제목을 선택하기도 한다.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위로를 받는다. 부자도 유명한 사람도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보며 공감한다.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씩씩함을 배운다. 귀농의 용기에 부러움을 느낀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북받친 감정을 못 이겨 울기도 하고, 고되고 힘들다고 찡그리기도 하는 사람의 표정과 모습을 엿보는 시간이 좋다.


드라마를 오래 보면 드라마의 공식을 깨우치게 된다. 인간극장을 보다 보면 성우가 이쯤 되면 어떤 멘트를 하게 될지 안다. 오프닝에서는 동네 전체의 모습이 나왔다가 사는 집으로 앵글이 옮겨 간다는 것, 가족 이야기 마지막에는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거나 가족 여행을 간다는 것 등의 인간극장 공식을 알게 된다. 한 회가 끝날 때쯤 작은 소동이 일어나며 성우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예고편으로 넘어간다. 


인간극장의 패턴은 있어도 개개인의 인생은 패턴이 없는 법.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 속에 나를 대입해본다. 나였다면,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꽤 오랜 시간 좋아해 온 프로그램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저는 인간극장을 좋아해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냥...... 너무 올드하고 특이한 취향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남편 역시 인간극장을 좋아하는 내가 신기하다고 했다.


얼마 전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가 인간극장 덕밍 아웃을 했다. "저는 인간극장 좋아해요." 역시 이 말을 처음 들었던 남편의 표정과 비슷했다.

"아.........."

"특이하네요."


액션이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 같은 것을 좋아해야 평범한 건가? 그냥 이제는 인간극장을 좋아한다고 말할 것이다. 까만 배경에 카메라맨의 그림으로 시작하고, 시작 전에 전 회차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려주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인간극장'을 나는 좋아한다고. 오랜 시간 애청해 왔다고. 한번 봐보면 빠져들 거라고. 내가 좋아하는 성시경도 인간극장을 좋아한다고 했다고.


누구나의 인생은 한 편의 인간극장 아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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