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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Nov 22. 2022

길 위의 母子

오롯이 나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 두 사람이 서 있다. 중년 부인이 검은색 책가방을 메고 자기 키만 한 아들을 안아주고 있다. 엄마 키만큼 큰 아들은 오늘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오늘 소풍을 가는지 모르겠다. 엄마를 부둥켜안고 놓아주질 않는다. 멀리 노란 버스가 보이자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엄마는 메고 있던 가방을 아이에게 들쳐 매 주고 가방 뒤로 빠져나온 윗옷을 당겨 주었다. 노란 버스 꽁무니가 사라질 때까지 엄마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던 엄마와 아들을 보니 10년 전 1학년 담임을 할 때 만난 다운증후군 아이가 떠올랐다. 매일 아침 아이의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학교로 함께 등교했다. 다른 학생들이 3월 학교 적응을 마친 후로도 매일 학교 교문까지 아이를 데려다주고, 포옹하고, 교실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돌아갔다.


1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이를 바래다주고 아이의 가방에 나에게 쓴 쪽지를 넣어서 보냈다. 쪽지에는 어제 있었던 일, 오늘 아이의 컨디션, 부탁과 당부, 감사의 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때로는 그 쪽지를 받는 게 부담스러운 날도 있었다. 쪽지를 써준 정성만큼 내가 그 아이에게 정성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 들기도 했다.


그 아이는 무사히 2학년으로 진급했고, 엄마는 졸업할 때까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아직 봄이라고 하기에는 찬바람이 불던 3월, 엄마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아이가 무사히 초등학교를 졸업해서 중학교를 특수학교로 진학했다고 안부를 전해왔다. 잘 가르쳐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도 함께였다. 내가 그 인사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생각했다. 6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아이의 등굣길을 함께 한 엄마야말로 인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다.     


아침에 본 모자의 모습처럼 어디선가 노란 버스를 기다릴 제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두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자식을 향한 마음이야 모두 같겠지만 다른 아이보다 더디 커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더 애틋하고 간절할 테니.


예전 통합교육 연수 강의 때 교수님이 했던 말씀이 떠오른다.

"장애가 있는 아이는 일정 비율 꼭 태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는 우리를 대신해서 키워주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해야 하고,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합니다."

내가 할 수도 있었을 어려운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 준다고 생각하니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대신 힘든 일을 해주어서.  


가을이 점점 끝을 향해간다. 아침 기온이 점점 떨어져 버스를 기다릴 때 많이 춥진 않을까. 각자의 자리에서 매일 아침 아이를 챙겨 보내는 두 여인에게 온기 대신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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