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거운 하루 Nov 27. 2022

어긋난 기대

오롯이 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월, 화, 수, 목, 금요일을 보내고 금요일 저녁에 만나는 우리 부부. 반갑고 애틋하다. 서로에게 다른 기대를 가지고 금요일 밤을 기다린다. 한 사람은 싸늘하고 깜깜한 원룸 방에 혼자 들어가 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가족이 맞아주는 따뜻한 풍경을. 또 한 사람은 아이 둘을 먹이고 타이르며 긴장하지 않고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풍경을.


대부 날들은 서로의 기대에 충족한다. 그러다 가끔 서로의 기대가 어긋날 때가 있다. 이번 주처럼. 회사에서 유난히 바쁜 한 주를 보낸 남편은 휴식이 필요했고, 나는 오랜만에 만난 아빠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길 바랐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남편이 30분쯤 지났을까, 부루퉁한 표정으로 잔뜩 화가 난 채로 돌아왔다. 축구공을 힘껏 차서 다른 사람의 차를 맞춘 첫째 때문이라고 했다. 첫째 아이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아빠에게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아이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금요일 저녁 집안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드는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피곤한 탓에 더 예민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으려다 말았다. 지난주와 다르게 냉기가 흐르고 조금은 어색함이 감돈 채로 금요일 밤이 지나갔다.


다음날 아이의 첫 피아노 연주회가 있었다. 무대에서 턱시도를 입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아이 모습을 보니 자꾸만 뱃속에서 뭉클한 것이 솟아올랐다. 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아이를 바라보며 그 거리만큼 아이가 내 품을 떠나 발걸음을 내딛는 것 같았다. 남편 역시 비슷해 보였다. 아이의 성장을 가장 공감하고 응원할 나의 팀, 남편과 아이의 어릴 적을 소회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의 일은 지나갔다. 별다른 언급도 없었다. 남편도 알고 나도 아는 마음. 누군가는 부부가 건강하게 싸워야 한다고 하던데 주말 동안에 서로를 할퀴며 보내자니 시간이 너무 아깝다. 남편은 여느 때처럼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아이들과 도서관을 가는 다정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냥 또 그렇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요일 저녁을 함께 먹고, 함께 따뜻함을 나눈다. 가족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식탁 위 달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