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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Dec 13. 2022

벌써 일 년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

고등학교 때 늘 붙어 다니던 친구가 브라운아이즈를 좋아했다. 등하굣길에 이어폰 한쪽씩을 나눠 끼고 브라운아이즈 노래를 듣곤 했다. 나는 그 그룹에 관심도 없고 가수 이름도 몰랐지만 왜 이름을 갈색 눈이라고 지었을까 궁금했다. 


'벌써 일 년'은 헤어진 연인을 일 년이 지나도 못 잊는다는 애절한 가사의 곡이다. 19살에 그 정도 애달픈 사랑을 해봤을 턱 없건만 전주가 흘러나오면 뭔가 가슴속이 말캉해지고 슬퍼졌다.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우면 일 년이 지나도록 잊지 못하고 저리 슬플까 하고. 그 마음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별이란 건 참 힘든 거구나 노래로 이별을 학습했다. 


어떤 대학에 갈지, 수능은 잘 볼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만 한 미래를 앞에 두고 사랑과 이별은 이상한 나라의 무엇인 것만 같았다. 노래 속의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해 힘들고 지난하기만 했을 일 년이 나에겐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차곡차곡 버텨가는 시간이었다. 스무 살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 모든 게 좋아질 것만 같았다. 그 시간을 생각하며 현재의 욕망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일 년을 보냈다. 


겨울이면 이 노래가 가끔 생각난다. 제목 탓인 것 같다. 벌써 일 년이 흘렀다고 느껴질 때 이 노래가 듣고 싶어 진다. 이렇게 또 일 년이 가는구나...... 그때는 불안함이 컸지만 내년에 대한 희망도 함께 컸다. 지금은 안정되고 차분하지만 또 그만큼 내년에 대한 희망도 크지 않은 것 같다. 


무탈히 지낸 올 해처럼 내년도 무탈하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었는지, 내가 일찍 나이 든 사람 행세를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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