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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Dec 16. 2022

나의 사랑 테마곡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노래 제목에 지명이 들어가는 노래가 많지만 누가 뭐래도 최고는 여수 밤바다가 아닐까. 노래 덕분에 여수는 낭만의 도시로 거듭났고, 누군가는 여수 밤바다 노래가 여수 경제를 살렸다고 했다.


가사에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여수 밤바다에 있다고 말한다. 너와 이 바다를 걷고 싶다고 고백하는데, 현재 진행형의 사랑인지 끝난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수 밤바다에 있는 그 사람은 여수의 밤을 홀로 걷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밤바다의 막막함이, 밤바다 위로 펼쳐지는 반짝이는 조명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여수 밤바다가 한창 불리던 그때, 나는 여수에서 일하던 남자(현재의 남편)와 연애 중이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모든 날들이 나와 그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 노래가 우리의 테마곡 같았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등장할 때 흘러나오는 그런 노래. 그 시기 이 노래를 남편과 함께, 또 혼자 많이도 들었다. 기타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마음은 이미 여수 바다에 가 있었다.


추운 겨울날, 여수가 내려다보이는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여수의 밤 풍경을 보고 있었다. 너머 바다가 보이고 앞으로 노란 알전구처럼 반짝이는 불빛들이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같이 펼쳐졌다. 남편은 그 불빛이 밤새 불 켜진 공장의 빛이라고 했다. 바다 위로 반짝이는 불빛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걸 알아서, 누군가의 땀을 모른 척하고 반짝이는 것에만 정신이 팔린 게 미안해서 미치도록 슬펐다. 슬프면서 좋았다. 코끝이 찡해지는 나를 보고 남편은 어리둥절해했다. 하늘도 바다도 경계 없이 까맣기만 했던 그날, 유난히 반짝이던 여수 밤바다가 뇌리에 깊게 새겨졌다.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함께 했고, 여수 밤바다를 보며 마음을 나눈 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위한 결혼식인지, 결혼식을 위한 결혼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선택에 피로했다. 그래도 청첩장 인사말은 예시문에 쓰인 평이한 말들 말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짧은 몇 문장에 마음을 담으려니 쉽지 않았다. 그 순간 문득 그날 밤이 떠올랐다. 어둠 속에 반짝이던 여수 밤바다의 불빛. 그 빛처럼 반짝이게 살고 싶었다. 서로가 반짝여 보이는 그 순간 우리는 함께 하길 결심하고 부부라는 인연으로 묶이니까.


청첩장 인사말

한창 설레던 그때가 그립거나, 마음이 일렁이고 싶을 때, 퍽퍽한 일상이 지겨울 때면 이 노랠 듣는다.


낭만이 그립다면 여수, 밤, 바다 이 세 글자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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