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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Feb 04. 2023

별을 캔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정애련의 '별을 캐는 밤'

지난밤 가족과 시립합창단 공연을 보러 갔다. 좀처럼 밤마실을 나오지 않기에 어두운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 설레기 충분했다. 예매할 당시 좌석이 많이 비어있던 터라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공연장 근처는 차들로 붐비고 있었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다행히 공연 시작 전에 자리에 앉았다.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 네 명의 단원이 한국 가곡을 불렀다. 소프라노가 부른 '별을 캐는 밤'은 처음 듣는 곡이었는데 가사도 멜로디도 무척 아름다웠다. 옆에서 자꾸만 뭔가를 질문하는 아들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푹 빠져 감상했다.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심응문 시에 멜로디를 붙여 만든 곡이었다.


오늘 같은 밤에는
호미 하나 들고서
저 하늘의 별밭으로 가
점점이 성근 별들을 캐어
불 꺼진 그대의 창 밝혀주고 싶어라
초저녁 나의 별을 가운데 놓고
은하수 많은 별로 안개꽃다발 만들어
내 그대의 창에 기대어 놓으리라
창이 훤해지거든 그대
내가 온 줄 아시라


우리가 별을 그릴 때처럼 다섯 개의 뾰족함이 있는 형태가 아님을, 무수히 많은 시간을 지내온 행성이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별이 주는 낭만을 깨트릴 수는 없다. 크리스마스트리 맨 꼭대기를 장식하는 것도 별이고,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표시할 때도 우리는 다섯 개의 선을 이어 별을 그린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말을 한다. 하늘에 있는 것을 따다 줄 만큼 사랑한다는 표현. 그것과 닮아 있는 노랫말이다. 호미를 가지고 별들을 캐어 창을 밝혀주고 싶다는 고백이 가슴 저리게 따뜻하다. 은하수로 안개꽃다발을 만들겠다는 말은 또 어떤가. 하얀 안개꽃으로 만든 꽃다발이 떠오르면서 별에도 향기가 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창이 훤해지거든 내가 온 줄 알라는 무심한 고백은 심장이 두근거리게 만든다. 소프라노는 두 번 연달아 내가 온 줄 아시라 하고 아련하게 고백했다. 내가 온 줄 아시라 하고 말을 툭 던지는 걸 보니 서로의 사랑을 의심하는 단계를 지나고 견고한 상태인가보다.



공연장에 들어갈 때 추웠던 마음이 공연장을 벗어날 때는 따뜻하게 바뀌어 있었다. 아이들 손을 꼭 잡고 나오면서 남편과 두 아이에게 편의점에 가서 맛있는 간식 한 가지씩 고르라는 평소에 잘하지 않는 인심을 썼다. 차 안에서 공연을 보고 난 감상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자니 마음의 창이 환해졌다.


호미를 들고 별을 캐다 창을 밝혀주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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