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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Feb 21. 2023

마스카라를 샀어요

새 학년 준비물로요

평소에 화장을 잘하지 않는 데다(솔직히 화장을 잘 못하기도 하지만) 마스크를 쓴다는 핑계로 선크림만 바르고 다녔어요. 그런데 갑자기 무슨 마스카라를 샀냐고요? 곧 새 학년이 시작되니까요.


새 학년과 마스카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매년 2월이면 마스카라를 샀어요. 3월 2일 첫날 예쁘게 보이고 싶거든요. 결혼식 같은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에는 가끔 마스카라를 해요. 둥글게 말려서 위로 솟은 눈썹 위로 까맣게 마스카라를 칠하면 눈이 더 커 보이고 또렷해져요. 그리고 자신감도 둥글게 같이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눈이 더 예쁘게 보이니까 눈으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하게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마스카라를 하면 눈이 너무 건조해져요. 무엇보다 싫은 건 세수할 때 마스카라를 지우는 단계가 하나 추가된다는 거예요. 속눈썹을 전용 리무버로 닦아내고, 여러 번 문질러줘야 다음 날 아침에 판다눈이 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담임선생님이 될까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을 들어섰던 기억 있으시죠? 올해는 6학년을 맡아서.......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네요.(사실 걱정이 더 많아요.)


소개팅을 나가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처음 만나는 사람과 무슨 얘기를 할지 걱정하고, 예쁘게 보이고 싶어 이 옷, 저 옷 입어보기도 하잖아요.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상대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실 첫날은 교사들도 떨리게 마련이에요. 처음 보는 아이들 앞에서 어떤 말을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지 말이에요. 친구들끼리 친해지지 않아 교실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거든요. 


아직 입에 붙지 않은 아이들 명단을 읽어 내려가며 어떤 아이들일까 상상해 봐요. 개구쟁이일지, 꼼꼼한 아이일지 혼자 예상도 해봐요. 명렬표도 미리 만들어보고, 첫날 소개를 어떻게 할지 파워포인트도 만들었어요. 올해 목표를 다이어트라고 했다가 건강이라고 바꾸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뭐라고 할지 고민하다 초콜릿이라고 적어놓고 초콜릿은 음식이 아니지 않나 괜한 생각도 해봐요.


이런 저를 보고 남편은 작년에 했던대로 또 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작년은 9살 아이들이고, 올해는 13살 아이들인걸요.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나이마다 다르잖아요. 또 작년의 저와 올해의 저도 다를테고요. 작년에는 빨강을 좋아했다 올해는 초록이 좋을 수도 있고, 비 오는 날씨가 싫었다가 좋아지기도 하니까요.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이 예쁘게 보였으면 해요. 반짝이는 아이섀도, 속눈썹을 잘 올려줄 뷰러도 함께 샀어요. 첫날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서툴지만 공들여 화장을 해보려고요.


둥글게 올라간 자신감으로 어깨를 쭉 펴고 환한 눈웃음으로 아이들을 만날 거예요.

"반갑다.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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