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방 안, 엄마는 의자에 앉아 잠든 아이를 안고 있다. 다른 한 손을 뻗어 방 한구석을 뭉근히 비추던 조명을 끄려 한다. 이는 <엄마의 의자> 그림책의 한 장면이다.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오일파스텔을 꺼내어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붉은 벨벳 위로 탐스러운 꽃무늬가 만발한 1인용 의자. ‘마침내 우리는 가족 모두가 꿈꾸어 온 의자를 발견했습니다’라는 본문의 내용처럼 멋진 의자였다. 여기서 편안하게 기대어 불을 끄는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불을 끄면 무엇을 할까.
<엄마의 의자> 그림책의 한 장면, 오일파스텔로 그리기. 혼자 취미로 그리는 수준이라 어설프더라도, 끄적이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엄마에게 의자는 아름답고, 푹신하고, 아늑한 것을 뛰어넘어, 오로지 나만의 작은 공간 이리라 생각했다. 지친 발을 올려 주무르기도 하고, 아이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다가 눈을 감고 하루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고요한 밤, 의자는 용기와 위로 또는 자책의 시간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엄마를 상상하다가, 자연스레 내 모습이 겹쳐졌다.
검은색의 투박한 작은 소파에서 나는 자주 훌쩍였다. 출산 이후 새벽 수유를 하면서도 울었고, 아이가 크면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일들로도 눈물을 펑펑 쏟았다. 경력단절이란 현실이 막막해서 코끝이 시큰해질 때도 있었다. 남편과 아이가 잠든 새벽, 소파에 앉아 하루를 생각하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 버렸다.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깨어있던 친구와 두 시간 넘게 전화를 하기도 하고 말이다. 소파에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던 잠깐의 틈이 쌓이고 쌓여, 어느덧 아이는 여섯 살이 되었다. 엄마 경력 육 년째, 능숙하지는 못하지만 능글맞게 받아들일 여유도 생겼다.
문득 그림책의 화려한 의자를 그리다가, 보라색 의자를 가지고 싶어 졌다. 앞으로의 나를, 엄마를, 아내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그런 의자.
<엄마의 의자>의 그녀도 마침내 찾은 완벽한 의자에서, 아픈 기억을 털어내고 오늘의 고된 몸과 마음을 다독였을 것이다. 따뜻한 정을 나누어준 이웃과 사랑스러운 가족을 생각하며 내일의 힘을 얻었으면 한다. 가족 모두가 꿈꿔온 의자가, 그녀를 꿈꾸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