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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희 Oct 13. 2023

나를 외롭게 하는 선 긋기

외롭지 말아주세요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교 동기들.

첫 직장 동료.

사회에서 만난 친구.

동호회 모임.

교회 사람들.

.

.

.

그리고도 무수히 많겠지, 사람을 한 사람이 아닌 어떤 부류로 묶어버리는 기준들.

나조차 그러면서도 어쩌다 그런 것들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면, 씁쓸하고 외롭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전화를 했다.

나는 오랫동안 그 친구를 ‘고딩 절친’이라는 타이틀에 묶어뒀다. 그 친구에게 서운한 게 있어도, 함께하는 시간이 그다지 즐겁지 않아도 그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혼자 낑낑댔던 시간이 많았다.

어쩌면 나는 그 친구를 지키고 있던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 애썼던 걸지도 모르겠다.


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 오래전부터 만나면 공허했다고. 친구 역시 그런 마음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각자의 이유로 추측해 가며 그 씁쓸한 사실을 조금이나마 달래려 했고, 어쩔 수 없다는 걸 받아들였다.

‘친구 사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친구는 육아하면서 만난 사람은 육아라는 공동 주제가 있으니까 친하게 지낼 수 있고, 그 공통의 관심사가 사라지면 언제 이 관계도 소원해질지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


어제 들은 그 이야기가 아침까지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곱씹을수록 서글퍼서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이름표가 달린 울타리로 범주를 정하고, 그 안에서 합리적인 만큼만 서로 주고받는 거, 그리고 언제든 끝날 수 있는 사이라고 나 혼자 생각하고 있는 건 외롭다.

그냥 지금 내 옆에 있어주는 한 사람으로서만 그 존재를 여겨줄 수 있을까, 나는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 그리고 내 친구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내 친구도 덜 외로운 인생이었으면 좋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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