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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Oct 07. 2022

도대체 난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I. 시작하는 마음 


같은 직장에서 만난 남자와 7년간 연애를 하다가 결혼했다. 남자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면 좋겠다고 했고, 여자는 남자의 말이 나쁘지 않았다. 오랜 연애의 해피엔딩은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결혼은 했는데 달라진 게 없었다. 연애 시절에도 서로의 자취방을 오가며 데이트해서인지 결혼 생활은 익숙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일 년이 지나 첫 아이를 임신하고 열 달을 채워 출산할 때까지도 무난하게 지나갔다.    

출처 : 픽사베이

결혼과 출산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결혼하고 5년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으니 나는 좀 둔했다.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평균 결혼 나이는 점점 높아지고, 출산율은 떨어지는 이유를 그때의 나는 몰랐다.      


7년간 연애하던 남자와 결혼해서 사는 일은 비록 설렘은 없더라도 오랜 기간 다져온 동지애는 각별할 거라고 기대했다. 흔히 말하는 끈끈한 의리가 우리 사이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그 기대와 믿음은 너무 쉽게 무너졌다.     

 

아이가 한 명일 때는 그럭저럭 버텼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가끔 내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서른아홉에 덜컥 둘째가 들어선 뒤부터 뒤죽박죽 뒤엉키기 시작했다. 마흔에 새로 시작하는 육아는 생각하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다. 

큰아이는 막 초등학생이 되어 엄마 손이 한창 필요한 시기였고, 신생아인 둘째 역시 오로지 엄마에게 의지해야 하는 시기였다. 출산휴가 3개월이 지나 다시 직장인으로 살면서 두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나의 밑바닥을 자주 봐야 하는 일이었다. 


끝도 없이 감정이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는 ‘결혼을 안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 이후의 삶을 상상했다. 단지 상상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잠깐은 숨통이 트였다. 어느 순간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절대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 때문에 이혼이 쉽지 않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게도 두 아이가 있다.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 아이 때문에 이혼이 두렵다는 다른 엄마들의 고백을 이해하게 되면서 나도 진짜 엄마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절망도 했지만 어떻게 하면 미치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엄마로서의 삶을 후회하는 것이지 아이 그 자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뚜렷하게 구별 짓는다. 엄마가 아니고 싶어 하는 동경에는 자녀가 없는 상태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소망이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 오나 도나스, 『엄마 됨을 후회함』, 반니


‘엄마 이전의 나는 이제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러고 나서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을 뗄 수 있었다.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는 데 꼬박 8년의 세월이 걸렸다. 


처음엔 조바심이 났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엉망진창인 나를 구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내 삶의 방향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난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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