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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Apr 25. 2019

서로의 안녕을 빌어줄 수 있는 진실함이 쌓여가길

신디, <결혼수업>을 읽는 밤

<<부부, 심리학에게 길을 묻다>>에 실린 가족 심리 전문가 케빈 리먼 박사의 임상 연구 소개 -  책 속에서



'아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고, 남편에게 중요한 것은 인정받는다는 느낌(본문 중에서, p56)'이라는 말과, 위의 이미지에 적힌 세 가지의 원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아내'로써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였을까.

나는 부부 사이에도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때론 알더라도 상대가 말하지 않는다면 모른 척해 줄 배려가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 이런 나의 배려 때문에(누가 시키지 않은 자발적인) 혼자 상처받기도 한다.

이를테면, '나는 이렇게나 해주는데 응? 응? 내 마음도 몰라주고 말이지!!' 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상대는 내게 그렇게 생각해주라고 원하지 않았고, 상처받을 지도 모르는 배려를 강요한 적도 없다. 종종 나의 상처는 이렇게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로 끝나는 시시한 상처가 되곤 한다.

그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친밀감에서 기인한 믿음'이다.

내가 종종 같이 사는 남자에 대해 나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라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그 부분과 맞닿아 있다.

말하지 않아도, 시시콜콜 고백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

육아에 대해, 혹은 개인사에 대해 적절하게 공유하고, 서로의 생각에 대해 방식에 대해 의심하거나 부정하지 않을 수 있는 사이. 가끔은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토닥여줄 수 있는 사이.


애초에 연애 때와는 다른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 사이인지라(특히 아이가 생긴 뒤에는), 게다가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를 함께 해야 하는 파트너인지라 언제나 적당히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어야지 하고 선택했을 즈음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같이 사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조금 지쳐있었다.

뚜렷한 이유도 없고, 특별히 갈등이 될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우리는 서로에게 괜히 뚱하고, 일부러 무신경한 척했다. 그렇게 일주일 남짓.

많은 생각을 했고, 그렇게 이 책을 만났다.


'사랑을 위해 결혼했지만 여전히 사랑에 목말라 있는 현대인들에게 결혼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일부일처제는 과연 신화일 뿐일까요? 이미 결혼해버린 사람들의 행복은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이 책에서는 부부간의 사랑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 피할 수 없는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 갈등에도 불구하고 삶을 가꿔나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결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무엇인지, 결혼과 이혼을 하기 전에 점검해봐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결혼생활의 시작부터 끝까지 필요한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고급 지식들을 총망라해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p7')


책은 세 가지 파트로 나눠진다.

1. 결혼, 이것만은 알고 살자

2. 관계, 결혼 후에 다시 배우다

3. 뭐든 하자, 나를 위해


첫 번째 파트는 결혼을 앞두거나, 결혼을 하고 싶거나, 이미 진행 중인 이들을 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미 결혼을 해버린 나는 첫 번째 파트보다는 두 번째와 세 번째 파트를 좀 더 관심 있게 집중해서 읽었다.

부부 상담을 해도 좋아지지 않을 때,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면, 불화의 고리를 파악하는 법, 사랑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불화의 고리에서 벗어나는 실전 연습 등등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 폭넓었다. 개인적이 이야기에만 치우치지 않고 연구와, 사례들을 중심으로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에서 결국 '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간 지쳤던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와 내가 지금 나의 남편이 남편이 되기 전, 애인이었을 때 좋아했던 부분과, 결혼 후 좋아진 부분 혹은 반대로 싫어했던 부분과 결혼 후 싫어진 부분들에 대해 생각했다.(이 책 속에도 그런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이 나온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장점이 곧 단점이 되고 단점이 곧 장점이 되는 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 싶다.

그게 내가 상대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나 역시, 내가 좋아하고 고맙게 생각했던 부분에서 오히려 그 부분 때문에 종종 상처받았던 것 같다.

그러니 결국엔 적당히 타협하고, 그것 역시 우리 부부 관계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생각했다.

다만, 내가 희생한다고 배려한다고 혼자 독단적으로 생각하지 말 것.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배려를 하고 그걸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 말 것.

내가 원하는 것, 상처받은 부분,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가끔씩은 그래도 털어놓을 것.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한 번씩 생각해 볼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다시금 생각한 것들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지금은 (물론 나와, 같이 사는 남자 모두의 마음이 ) 평온하고, 안정된 사이로 돌아왔다.


이게 끝이 아니고 종종 반복될 수 있을 거라는 건 안다.

완벽한 부부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50년을 살아도 계속 시행착오인 상태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것도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면서 괴로워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내 마음의 평온을 찾는 일.

그리고 상대의 안녕을 함께 바라는 일. 부부라는 이름으로 너무 가까이 밀착된 상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때론 진짜 친밀한 남처럼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일.


지금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생각하는 부분들이다. 좀 더 노력하고 싶은 부분들이기도 하고. 





이 부분은 연구자들이 결과를 토대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신화에 대해 다룬 부분인데, 18가지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그렇지 않다, 그렇다를 이야기해준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부분만큼은 많은 부부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육아서나 부부관계 책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부부관계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 속에서 역시 '아이가 행복해 지길 바란다면 육아법보다는 부부관계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내가 큰 아이의 유치원 상담, 초등학교 상담을 다녀온 뒤 가장 안도하는 부분은, 그리고 감사하는 부분은 '예윤이는 안정감이 느껴져요'라는 말이었다.

(앞으로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8살이 될 때까지 우리 부부는 아이 앞에서 싸우거나 큰 소리를 낸 적이 없다. 간혹 서로 뾰로통 해 있는 순간이라고 해도 아이 앞에서만큼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결국엔 아이뿐 아니라 우리 부부관계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윤이에게 느껴지는 안정감이, 적어도 엄마, 아빠가 집에서 만들어 준 평온한 분위기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다행이다 안도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것만큼은 지켜야지 하고 다짐한다.


책의 첫 시작은 이렇다.


"반드시  불행해지고 말 거야!"

이런 생각으로 결혼하는 사람 있을까요?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결혼합니다. 그러나 모두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슬픈 현실. 결혼을 했거나 언젠가 할 예정이라면 갈 길은 결국 네 갈래로 나뉩니다.

1. 행복하게 잘 살거나

2. 그냥저냥 살거나

3. 원수처럼 살거나

4. 이혼하거나

여러분은 지금 어떤 부부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미래에 어떤 부부로 살고 싶으신가요?



책을 다 읽은 뒤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이 문장을 읽었다.

우리는 어떤 부부로 살고 있나, 나는 어떤 부부로 끝까지 살고 싶은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에게 질문한다.

그 대답을 찾아가는 시간 동안 우리 부부의 믿음이, 친밀함이, 서로의 안녕을 빌어줄 수 있는 진실함이 쌓여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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