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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도 Mar 26. 2023

[수집 일기] 2023년 3월 26일

FROM 스토라 엔소(STORA ENSO Oy)

지난 1월 일본 여행 이후에도 항상 일본 딜러들이 바잉하는 알토 디자인 제품을 지켜봤다. 국내 시장에 있었던 소장 가치 높은 알토 디자인 제품들은 이미 다 제 주인을 찾아가서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거나 NFS이고, 지금 시장에는 잘 팔릴만한 의자나 테이블, 선반이 주를 이룬다. 일본의 경우 핀란드와 워낙 우호적인 관계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제품들, 특히 알토 디자인 제품들의 수입량이 엄청나고 뮤지엄 피스나 출처(Provenance)가 확실한 제품들도 종종 보인다. 그래서 국내에서 디깅하는 것과 핀란드 현지 딜러를 통해 디깅하는 것 그 사이에서 어떤 장점만을 취한 듯한 기분이 들어, 꽤 재미를 느끼고 있다.


최근에 보고 흥미를 느낀 제품은 알토 디자인의 신발 받침(Shoe Rack)이었다. 랙(Rack)이라하여 처음에는 다단의 수납장을 생각했으나 그런 건 아니었고, 실내 사무실이나 쇼룸 등에서 사용할 법한 단층의 신발 받침 정도였다. 의외인 건 익히 알고 있는 알토 디자인 제품처럼 자작나무(Birch)가 사용된 제품도 아니고, 의자나 테이블 또는 캐비넷이 아니기 때문에 익숙한 다리 모양을 발견할 수 있는 제품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미 소장품으로 책까지 낸 유명한 알토 디자인 컬렉터들의 소장품 목록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 아니었다. 그런데도 관심이 간 건, 알토 디자인의 제품들로 인테리어 된 알바 알토의 건축물에서 나왔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건축물은 스토라 엔소(STORA ENSO)의 과거 헬싱키 본사 건물이었다. 준공 당시에는 엔소-굿자이트(ENSO-GUTZEIT Oy)를 위한 오피스 건물이었고, 1998년 스웨덴의 스토라(STORA AB)와 합병되면서 스토라 엔소가 되었다. 스토라 엔소는 펄프, 종이 등을 제조하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산림산업 기업이다.


3월 초 핀란드에 방문했을 때 일정이 짧았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 있는 알바 알토의 건축물은 가 볼 수가 없었고, 헬싱키에서 적어도 이 건축물만은 가봐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짧은 일정 중에 시간을 냈으나, 스토라 엔소의 본사가 현재는 이전하여 다른 위치에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해 칼 같은 겨울바람을 맞으며 헬싱키의 낯선 공단 지역에서 헤매었다. 다행히도 지인이 지난 디자인 위크 때 스토라 엔소의 건물이 한시적으로 오픈되어 방문했었다고 이야기해주었고 사진을 비교해보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나는 우스펜스키 대성당 방향으로 향했고, 거기서 비로소 과거 스토라 엔소의 오피스로 사용됐던 건물을 만날 수 있었다.


익히 봤던 건축물은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주택 혹은 교육 시설이었기 때문에, 기업을 위한 오피스 건물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모더니즘 챕터에서 볼 법한 정직하게 배열된 건물과 창을 보면서 또 한 번 놀란 건, 현재는 스토라 엔소가 아닌 다른 기업(로펌)이 입주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봤을 때 알바 알토의 조명이나 집기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였다면, 돈이 될만한 기존 집기들은 모두 판매하고 '가성비' 높은 가구나 집기들로 다시 채웠을지 모른다.


디자인 위크 때는 일시적으로 로펌에서 사용 중인 사무실 층도 오픈하여 여러 블로거나 건축/디자인 애호가들이 방문했던 것 같으나, 나는 용기를 내어도 1층 로비밖에는 볼 수 없었다. 경비 아저씨께 내가 여기에 알바 알토 건축물과 집기들을 보러 서울에서부터 왔다는 걸 구구절절 설명한 후에야 30~40분 정도 시간을 내어 로비를 구경하고 사진 촬영도 할 수 있었다.


아쉬운 건 사무실까지는 올라가 보지 못했기 때문에 찾던 신발 받침(Shoe Rack)은 눈으로 볼 수 없었다. 다만 알바 알토의 도어 핸들이 몇 점 별개로 경비실에서 관리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고, 이런 제품들이 2nd Cycle 등으로 이관(?)되어 판매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볼 수 있었다. 이후에 2nd Cycle을 방문해서 스토라 엔소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정확히 스토라 엔소 오피스 건물의 타임라인에 대한 퍼즐을 맞출 수 있었고, 그곳에서 나온 도어 핸들 또한 구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얻은 정보는 스토라 엔소에서 나온 가구나 집기들이 곧 부코브스키(Bukowskis) 옥션에 올라온다는 것이었는데, 이후에 서울로 돌아와서 해당 옥션을 통해 신발 받침을 비롯한 로비의 소파나 조명 등이 스토라 엔소에서 나왔다는 출처(Provenance)와 함께 리스트-업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 : ex STORA ENSO Oy Office Building 실제 방문일 (2023.03.02) (yyyy.mm.dd)

ex 스토라 엔소(STORA ENSO) HQ Office / 사무실 안으로 보이는 A805 (Angel Wing) 조명과 5-Array의 실링 램프
(좌) 경비실에 보관 중이던 도어 핸들 (우) Shoe Rack인 줄 알았으나 보수 중이던 천장 부속
오피스 정문 전경
실내용 도어 핸들과 로비의 팬 레그 테이블 및 ENSO-GUTZEIT 오피스를 위해 제작된 암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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