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툴60 90주년의 해에 의미 있는 스툴60을 찾아서
연초에 했던 다짐들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지만, 특히 수집 목표에 대한 부분도 그러하다. 즉흥적인 것보다는 오래 지켜보고, 현재 사는 공간에서 생활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수집을 하고자 목표를 세웠는데! 여느 때처럼 난 즉흥적인 수집을 놓지 못하고 있고, 현재의 공간에 맞춘 수집도 다짐이 무색하게 무시하고 있다. 그래도 그 다짐을 조금이라도 지켜보고자 찾고 있는 제품은 스툴60(Stool 60)이다. 알토 디자인(Aalto Design) 제품 중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일 뿐 아니라, 디자인된 지 오래되어 굉장히 다양한 빈티지 제품들이 있기 때문에 수집 가치가 뛰어나고, 해외여행 중에 발견했을 때도 핸드 캐리가 어렵지 않은, 그리고 겹겹이 쌓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간 차지에 대한 걱정도 적다.
하지만 연식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제품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제품의 파티나(Patina)를 보고 연식을 유추해 볼 수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스툴에 부착된 라벨이나 독특한 제작 형태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알토 디자인 제품을 수입하고 판매했던 영국의 핀마르(Finmar Ltd.)다. 핀마르는 설립됐던 1934년부터 1949년까지 알토 디자인 제품을 다뤘기 때문에, 그들의 라벨이 부착돼 있다면 30~40년대 제품이라는 것이 보장된다. 시간에 따라서 라벨이 백화된 경우도 있지만, 라벨의 형태와 재질이 동일하기 때문에 설사 Finmar Ltd.라는 문구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라벨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시장에서는 문구가 잘 보이는 라벨을 선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그런 제품을 찾아다니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여행에서도 Finmar 시절의 스툴60을 찾아다녔으나 소득은 없었다. 고베에서는 다수의 희귀한 스툴을 만났지만 사장님의 영구 소장 제품이었고, 나가노에서는 다양한 컬러의 제품을 만나기는 했지만 Finmar 라벨이 부착된 스툴은 없었다. 대신 40년대 스웨덴의 헤데모라(Hedemora)를 위해 제작된 스툴이 있었지만, 역시나 영구 소장 제품이었다. 시장에 풀리는 제품은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이 가져가고, 내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예약 중, 판매 완료거나 NFS(Not For Sale)라니. 야속하기만 한 빈티지 시장이다.
1933년 디자인되어 올해로 90주년을 맞이한 스툴60. 이 사실을 지난 3월 초 헬싱키에 방문했을 때 깨달아서 ‘아 조금 더 빨리 모아야 했는데’라는 생각에 휩싸였다. 진작에 차근차근 의미 있는 스툴60을 모았다면 올해 작은 공간에서 전시라도 한번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지금 가지고 있는 숫자만으로는 어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10년 후면 100주년이니까, 그때쯤이면 나도 한 사람의 수집가로서 전시를 한 번 열어 볼 수 있을까? 지금 가지고 있는 컬렉션을 유지하면서, 의미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더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