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베가 아파서 써내려간 일기
꼭두새벽에 센베(우리 집 둘째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깼다. 평소 같으면 잘 자는 아인데, 뭐가 이상했는지 울고 또 매트리스 커버 위로 모래 덮는 시늉을 했다. 별일 아니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달래고 다시 잠들었다. 새벽 5시 반, 출근 준비를 하려고 일어났는데 뭔가 이상해서 보니 매트리스 커버에 동그란 얼룩이 져 있었다. 센베가 이것 때문에 새벽에 울었구나 싶었다. 심증으로는 오줌을 지린 것 같은데, 냄새는 나지 않았다. 다만 매트리스 커버를 넘어 매트리스까지 동그랗게 얼룩이 번진 것을 보고, 모래 덮는 시늉을 하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출근길에 이 일 때문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센베가 어디 아픈 건 아닌지, ‘고양이 요실금’을 검색해보기도,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도 했다.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 든 고양이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인 것처럼 보였다. 우리 센베가 아직 늙은 고양이라 불릴 정도로 나이가 들진 않았는데. 아무튼, 그래서 화장실을 너무 멀리 두지 말고 잠자리에 가까이 두거나 화장실 입구의 단차를 최대한 줄이라는 둥 동일한 방안이 여러 블로그에 걸쳐 정리돼 있었다. 그리고 그러려니 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가보라는 이야기에 마음은 괜히 더 복잡해졌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가 잘못한 건 없는지 센베는 뭘 좋아했었는지 감상에 빠졌다.
새로운 가구를 들여올 때면 모래(우리 집 첫째 고양이)나 센베, 토란이(우리 집 셋째 고양이) 누구든 관심을 두고 탐색을 시작한다. 천천히 냄새를 맡고, 둘러보고, 이내 탐색이 끝나면 그게 책상이든 선반이든 의자든 일단 올라간다. 편히 누울 수 있는지 자세도 잡아본다. 마치 자신들을 위해 산 게 당연하지 않냐는 듯한 표정으로, 진심으로 새로 들여온 물건을 꼼꼼히 검수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센베는 몇 개월 동안 아이노 알토(Aino Aalto)의 확장형 책상 위를 가장 좋아했다. 이 책상은 안방 창가에 붙어있는데, 남서향이어서 맑은 날이면 늦은 오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빛이 쏟아진다. '40년대에 만들어진 책상이 황금빛 자작나무의 색을 깊게 발하는 것과 더불어 자연광을 받아 반짝반짝 빛날 때면, 센베가 그 안에서 몸을 편히 뉘어 낮잠을 잔다. 털이 어두운색이어서 너무 덥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인데, 이 고양이는 사람이 그런 걱정을 하든 말든 중요치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낮의 여유를 만끽하기에 바쁘다.
내일이면 혹시 어디가 아파서 배변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러 병원에 갈 예정이다.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해주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없으니 무언가 조짐이 보이면 사람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부지런히 움직여서 아이들이 더 많이 아프기 전에 예방하고, 남은 묘생 동안 좋아하는 빛을 더 누리고 쉬다 갈 수 있게 해줘야지. 매년 새롭게 들여올 가구도, 언제나처럼 검수하고 수집하는 인간보다 더 잘 사용하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