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개발의 역사(꼬이고 꼬이는 중도 개발)
TV를 켜니 9시 강원뉴스에서 춘천 중도개발에 관한 소식이 들려왔다.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을 추진하다 파산할 처지에 이른 강원중도개발공사은 자금유동성 위기를 해소를 위해 또다시 혈세 245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춘천시는 지난해 이미 295억 원을 지원했는데 같은 이유로 또다시 지원한다는 소식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이번에도 임시방편으로 급한 것을 막기 위한 지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는 혈세를 낭비하는 시 행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중도개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중도개발에 대한 시 행정의 해결방안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도에는 새로운 사업 호수정원을 조성할 것이라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무분별한 지역개발의 현주소다.
도대체 중도개발은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4년 전 춘천시민이 된 입장에서 중도개발의 문제를 살펴보았다.
중도는 원래 섬이 아니고 하천 변의 땅이었다. 신석기시대부터 인간은 주로 하천 변에서 집단생활을 하였다. 중도가 위치한 북한강변 춘천은 인간이 정착 생활하기 좋은 곳이다. 1967년 의암댐이 건설되면서 물이 채워져 중도는 섬이 되었다. 춘천 사람들에게 중도는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유원지였다. 중도 유원지는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캠핑을 할 수 있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걷다 보면 신석기시대의 움집과 청동기 시대의 무덤인 고인돌 토기와 철제 칼 등 각종 유물이 발견되었던 곳이다. 1980~1984년까지 국립박물관에 의해 연차적으로 조사되었는데 철기시대 유구와 돌무지무덤등 다수의 유물과 유적으로 판명되었다.
중도 개발의 역사를 살펴보니 중도의 개발은 레고랜드 이전(2013)과 이후로 나눌 수 있었다. 이미 중도가 역사적으로 보존이 필요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중도의 정체성과는 무관한 외국기업이 왜 하필 중도에 자리하였는가가 궁금했다. 다음은 레고랜드가 춘천 중도에 자리한 과정을 정리한 내용이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춘천 중도 이전과정을 요약하였다.(네이버 참고)
1984년 레고랜드 코리아 설립
레고랜드 코리아 이천공장, 김영삼 정부시절 2억 달러 투자의사를 보임, 공장이 있는 이천에 레고랜드 부지로 낙점하였으나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존권역(60만 제곱미터 필요한데 관광지 조성 면적 6만 제곱미터로 제한)으로 취소됨.
1997년 외환위기 김대중 정부 적극적으로 외화유치 : 동아시아 관광허브 강원도 관광 특화 도시 목적으로 강원도 춘천으로 결정.
2015년부터 운영계획이었으나 2022년으로 7년간 연기됨.
2014년 7월 28일 대규모 청동기 유적 발굴, 한반도 최대규모의 선사시대 유적지인 것으로 확인됨. 공사보류, 지하 2m쯤 발견된 고인돌묘의 처리 방안이 문제로 떠오름.
9월 26일 유적보존방안 의결됨
2015년 6월 중도에서 고구려 시기의 석곽며(돌덧널무덤), 금제 귀걸이 발견, 건설예정지에 청동기 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유물이 발굴되는 총체적 난국.
2015년 11월 26일 레고랜드를 정상 추진, 예정된 2017년 개장계획.
2015년 12월 21일 대규모 철기시대 유적이 추가로 발굴(우리나라 원삼국 철기 시대 환호발견), 건설 관련 비리, 검찰관중 한 명의 뇌물수수사건으로 시끄러움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을 비롯해 관광사업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강원도에서 공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음.
2016년 4월 7일 레고랜드 비리 수사 마무리
레고랜드 부지 문화재 보존 논란 일단락(문화재청에서 청동기 시대 대형 환호(도랑 겸 마을 경계시설) 유적은 보존하고 대신 기존 보존구역인 A1지구 해제한다고 통보)
2016년 6월 1일 : 레고랜드 시공사로 SK건설과 대림산업 컨소시엄을 지정, 여러 사정에 의해 시공이 계속 미뤄짐. 2017년까지 계속 예산만 들어감
2018년 7월 18일 춘천대교 개통.
우여곡절 끝에 2022년 5월 5일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정식 개장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레고랜드는 원래 이천에 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존권역으로 관광지 조성면적의 부족으로 실행할 수 없게 된 것을 동아시아 관광허브 강원도 관광 특화 도시 목적으로 춘천에 유치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다른 도시는 자연보존권역이라 부지를 내어줄 수 없는 사업을 춘천시는 관광특화도시를 표명하고 중도라는 주요 지역을 적극적으로 내어 준 것이다.
사업초기 7년이나 지지부진 연기된 것을 보면 처음부터 레고랜드 사업계획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거 같다. 여러 가지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이 지역에 선사시대 문화재가 다수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2010 ~ 2011년에는 4대 강 살리기 사업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대대적인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다. 발굴 조사 결과 중도는 한반도 최대규모의 선사유적임이 밝혀지고 중도의 유적 보호 필요성을 더욱 커졌다.
지역의 역사적 중요성과 지역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춘천시는 레고랜드의 조성사업을 계속하였다. 하지만 이제까지 끌어온 사업을 그만둘 수 없었다. 2016년 4월 7일 레고랜드 비리 수사 마무리 되고 춘천시는 청동기 대형 환호 유적은 보존하면서 일부 문화재 보존지구를 해제해 주기로 하였다. 중도의 적극적인 유적지 훼손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화재는 원형보존을 원칙으로 한다.
전 과정을 살펴보면 대안을 찾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외환위기로 7년간 연기되었을 때도 그렇고 공사비리로 문제가 있었을 때도 그렇고 문화재가 발굴되었을 때도 그렇고 춘천시는 중도에서의 사업을 중단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중도의 선사유적지 보존과 레고랜드는 캐미가 서로 맞지 않는다.
춘천시는 배보다 더 큰 배꼽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레고랜드는 어린이 놀이시설이기 때문에 기반시설이 취약한 중도에 설치한다는 것은 너무 많은 대가가 필요했다. 춘천시는 접근성을 위해 우선 춘천대교 건설했다. 물론 다른 이유에서라도 다리가 있어야 할 수도 있다. 레고랜드가 아니었다면 개장에 맞춰 그렇게 급하게 개통해야 했을까?
지난해 손녀들을 데리고 직접 레고랜드에 갔었다. 주차장과 레고랜드 입구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허허벌판에 차를 세우고 나무 한그루 없는 아스팔트길을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걷는 것은 무리였다. 한 번 와본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을까? 중도 레고랜드 개발은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지지부진 끌어오면서 회사의 손실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현재 기대만큼 이용객이 없는 것 또한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한반도 최대 규모의 선사유적지가 중도에서 발굴되었다.
춘천 중도 청동기시대 환호보존유적
이곳은 청동기 시대 환호(環濠, 마을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도랑)와 집터가 집중적으로 확인된 구역으로 향후 ‘청동기 시대 유적공원과 춘천 중도 유적박물관이 건립될 예정이다.(61,500제곱미터)
1967년 의암댐이 만들어지면서 섬이 된 춘천 중도는 예전부터 선사유적지로 알려져 왔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대대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져 신석기시대 이후 고려~조선시대까지의 매장문화재가 다수 조사되었다. 대부분 청동기시대와 원삼국시대의 유구(遺構, 옛날 구조물의 형태를 파악할 수 있는 흔적)와 8천여 점의 유물이 보고 되었다. 이 구역에서 확인된 둘레 400m 정도의 청동기시대 환호는 강원도에서는 처음 발견된 사례다. 평면의 형태와 마을의 구조, 만들어진 시기 등이 이전에 조사된 평지식 환호와 차별성을 갖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 춘천 중도에서 발견된 유구 중에서 1/3 이상(1,200여 점)이 청동기 시대 집터인데, 이렇게 많은 주거지가 대규모의 마을 형태로 발견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이다.(춘천 중도 유적지 발굴조사 보고서, 2020. 참조)
"이곳은 청동기 시대 환호(環濠, 마을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도랑)와 집터가 집중적으로 확인된 구역으로 향후 ‘청동기 시대 유적공원과 춘천 중도 유적박물관이 건립될 예정이다.(61,500제곱미터)"
중도 길가에는 위와 같은 내용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중도 개발은 안내판의 내용과 다르게 가고 있다. 향후 청동기 시대 유적공원과 춘천 중도 유적박물관 건립은 요원하다. 유적지를 보존하고자 하는 뜻있는 사람들의 현수막과 방치된 유물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천시는 또 다른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중도는 화려한 개발보다는 보존에 방점을 두고 개발했어야 했다. 배를 타고 중도에 들어가던 시절 중도 유원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았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해답이 있다. 중도는 있는 그대로 보존했어야 한다. 사람들은 중도와 같이 환경이 좋은 지역을 개발하면 많은 이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중도는 개발로 보는 금전적인 이익보다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유적지의 보존은 먼 시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중도가 그대로 보존되었다면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별유천지였을 것이다. 별유천지는 접근이 어려울수록 좋다. 배를 타고 어렵게 들어가면 더 좋다. 중도에 필요한 것은 이곳이 얼마나 세상과 떨어진 곳인가를 설명하는 문구만이 필요하다. 오래 걷다가 쉴 수 있는 벤치 몇 개면 충분하다. 중도에서는 뭔가 문명의 흔적이 적을수록 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중도에는 자연림으로 울창했으면 좋겠다. 중도의 나무들은 인공의 냄새가 나지 않게 키웠으면 좋겠다. 중도의 길은 포장하지 않은 흙길이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강가에 버드나무가 늘어지고 수많은 꽃들이 서로 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춘천 중도에 유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민들의 시선은 선사시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도시민에게 치유의 공간이 필요하다. 몇 천년 전 조상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도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이야기가 있을까? 선사인들도 우리와 같이 우리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살았다. 처음에는 돌을 사용해서 먹이를 구했고 청동기를 사용하면서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 이들은 하나의 국가로 성장했고 더 많은 문화를 받아들였다. 면면이 흐르는 북한강의 강물처럼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들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라 느낄 때 우리는 이 땅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중도에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산이 있는 곳이다.
지난해 295억의 예산을 소진하고도 올해 245억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춘천시민 개개인이 상상할 수도 없는 큰돈이다. 그 돈이 투입되어도 중도의 문제는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춘천시민은 돈보다 더 큰 것을 잃어가고 있다. 그것은 역사와 문화라는 무형의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