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네를 이해하는 방법

보납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강

by 풀솜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큰 딸네 손녀는 기회만 있으면 자신이 사는 동네 자랑을 했다. 놀이터도 있고 어린이집도 있고 마트도 있고.... 처음에는 집 가까이 있는 곳만 이야기했는데 소방서 학교 박물관 등 점점 동네라고 하기에는 먼 곳에 있는 곳까지 이야기를 하고 급기야는 어디 가면서 본 적이 있는지 자기 집에 가면 국회의사당까지 있다고 했다. 어느 날 딸네집에 갔을 때 손녀는 할머니에게 자랑할 기회가 생겨 너무도 신이 났다. 손녀는 이동에서 저동으로 나를 데리고 아파트 동 사이를 뛰어다녔다. 손녀가 자랑한 곳은 모두 평소 자기가 놀던 놀이터였다.


작은 딸이 이사했다. 그곳은 요즘 지은 아파트여서 커뮤니티 시설이 너무 좋았다. 커뮤니티 센터 안에 피트니스 도서관 카페 각종 체육시설 사우나 영화감상실까지 있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저녁을 먹이고 일단 커뮤니티 센터로 갔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놀거리가 다양했다. 밖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커뮤니티 센터 안에 사우나에 가서 아이들을 씻겨 돌아왔다. 휴일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한나절을 보내니 집안에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시설을 편리하게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 덕분에 집의 평수가 크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공동주택의 강점이다.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있어야 하고 노인들에게는 노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한창 돈을 벌고 아이를 키울 때는 직장에 가까워야 한다. 아이가 조금 크면 학교 학원 등이 있어야 하고 나이가 들면 병원과 같은 의료시설의 접근이 편해야 한다. 사람의 일생과 정주공간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남편과 나는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한다. 직장 다닐 일 아이들 키울 일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 사람들은 전원생활을 꿈꾼다. 사람이 어디에 살 것인가는 경제적인 상황 연고지 취미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해 선택한다. 일단 선택하면 그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 마을에 도서관이 있으면 책을 읽게 되고 사우나가 있으면 목욕을 자주 하게 된다.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의식주 가운데 주에 해당하는 집문제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다. 어디 살까 정하는 것은 마치 결혼상대를 정하는 것과 같다.


훗날 행복하게 살았다는 기억으로 남을 곳이 어디일까?

여러 가지 생각하고 결정하지만 살다 보면 처음 생각과 다른 경우도 많다.

사랑이 가꾸어야 점점 좋아지듯이 사는 곳도 자신이 좋아해야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내가 우리 동네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KakaoTalk_20250104_021736285.jpg 가평 보납산에서 바라본 북한강

위 사진은 가평 읍내에 있는 보납산 정상에서 춘천 방향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 보이는 강은 북한강이다. 우리 동네는 풍광이 아름답다. 북한강을 경계로 사진 왼쪽에는 높은 산이 있고 오른쪽에는 얼마간의 평지가 있다. 그 평지에 드문드문 사람들이 산다. 그곳에 내가 사는 집이 있다.


우리 집 앞으로 흐르는 북한강은 멀리 화천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물은 가평 청평을 지나고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만난다. 이 강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이다. 한강은 김포를 지나 서해바다로 흐른다. 북한강은 우리나라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가장 큰 강줄기다.


사진의 왼쪽 높은 산은 가평이고 오른쪽이 춘천이다. 강물은 위(춘천)에서 아래(가평)로 흐른다. 물은 산을 돌아 흐를 때 바깥쪽으로 유속이 빨라진다. 유속이 빠른 물이 왼쪽의 높은 산을 치기 때문에 절벽이 생기고 안쪽으로는 유속이 느리다. 물의 유속이 느리면 물속의 이물질이 가라앉게 된다. 가라앉은 토사가 쌓여 평평한 땅이 생긴다. 이 땅은 기름지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런 땅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강물은 흘러가면서 중간중간 지류를 만난다. 지류를 만나면 물량이 많아지고 강폭도 넓어진다. 커다란 두 강물이 만나는 지점은 특히 강폭이 넓다. 강폭이 넓어지면 유속이 느려진다. 두 강 사이 넓은 땅이 생긴다. 이때 생기는 땅이 우리가 지리시간에 배웠던 삼각주다.


사람들은 살기 좋은 강가에 모여들었다. 도시는 대부분 강가에서 발달하였다. 인간 문명의 발상지(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문명, 황하문명)가 모두 강가에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강물은 모든 생물의 생명의 근원이다. 강은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강물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강과 함께하는 풍광은 아름답다.




춘천은 북한강물이 만들어낸 도시다.


춘천 우두동 아래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난다. 두 강이 만나면서 강폭은 넓어지고 넓은 땅이 생겼다. 이 땅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 신석기시대 청동기 시대 초기 철기시대 그 흔적이 중도 섬에 남아 있다(춘천 중도유적지). 그들은 돌을 갈아 화살촉을 만들었고 움집을 짓고 그릇을 구워 사용했다. 사람들은 부족을 이루고 모여 살았다. 자신들의 동네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는 목책을 꽂아 담을 두르고 도랑도 팠다.


춘천을 떠난 북한강물은 우리 집을 지나 가평으로 흘러 가평천과 만난다. 두 강이 만나는 곳에 다시 평야가 생기고 사람이 모여들었다. 이곳에도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유적이 발견되었다(달전리 유적).


인간의 삶은 지속된다.

이들도 우리와 같이 삶이 힘들지만 행복했을 것이다.

산이 있고 강이 있어 먹을 것을 구할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았을 것이니까....


몇 천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 생각하는 것은 우주를 탐험하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이다.


그곳에 분명 사람이 살았다.

그들은 어떻게 살았나?

그들이 우리보다 미개하다고 생각하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들의 삶은 우리보다 치열했다.


먹을 것을 찾아 나무 열매를 따고 사냥하고 물고기를 잡았을 것이다.

이미 정착생활을 했으니 농사도 지었을 것이다

스트레스는 우리보다 적었을 것이다.

그들은 근육질의 건장한 몸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가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역사의 저 편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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