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여가 유별하니...

한옥 - 2(건물 배치)

by 풀솜

조상들은 민택삼요라 하여 첫째는 택지 선정 둘째는 건물의 배치 세째는 대문과 주출입구의 결정까지 세심하게 따졌다. 한옥에 살았던 우리는 서양인과는 공간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다. 우리가 공간 자체를 그대로 인식하는 반면 서양인은 공간을 만들어 주는 건물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다시 말해 우리 조상들은 실체가 없는 허한 공간, 건물과 건물 사이나 담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관심이 있어 마당 중심의 삶을 살았고 서양인은 건물을 중심으로 생활하였다.


우리의 한옥은 건물과 마당이 짝을 이루면서 단위 공간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안채에안마당이, 사랑채에는 사랑마당이, 행랑채에는 행랑마당이 있다. 울타리를 경계로 건물과 울타리 사이가 마당이다. 살림의 규모가 영세한 경우 단순하게 건물 한 동과 건물에 딸린 마당이 전부다. 이럴 경우 건물과 울타리 사이의 공간 즉 마당을 다목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마당은 가사나 작업 공간이 되기도 하고, 마당의 일부를 텃밭으로 가꾸어 채원이나 약초원 등 부식을 조달하는 실용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건물이 여러 채가 지어지면 마당은 위요공간이 되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의 위요공간과 건물과 담장 사이의 위요공간으로 분화된다. 이러한 평면의 발전이 극대화 된 것이 이른바 99칸 집이다. 99칸 집은 일반 가구가 사는 가장 큰 규모의 가옥으로 안채, 사랑채, 행랑채, 사당채, 별당채, 고방채 등 6채로 구성된다. 각채는 각각 담으로 둘러싸인 마당이 딸려 있어 이른바 여섯 마당집이 된다. 각 마당에는 2개의 문이 딸려 있으니 열두 대문집이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모습의 가옥이 조선시대 상류 가옥의 전형이다.


대부분 경제적 신분적 환경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이것을 다 갖추지 못하므로 생략되거나 다른 것과 병합되기도 한다. 결국 양반 가옥의 기본틀은 안채와 사랑채다. 안채는 부엌 안방 마루 건넌방으로 구성된 여자들의 공간이다. 안채와는 별도로 집의 남자주인이 공부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남자들의 공간이 사랑채다.


남여가 유별한 조선사회는 집을 여자들의 공간 (안채)과 남자들의 공간(사랑채)으로 나누었다.




입지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안채와 사랑채의 위치를 결정하게 된다. 특징적인 것이 여자들의 공간인 안채와 남자들의 공간인 사랑채가 명확하게 나누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여가 유별한 사회의 영향으로 그들이 사용하는 공간도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부인을 안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여자들의 생활공간은 거의 집 안이었다. 아이를 돌보고 식사를 준비하는 곳이 안채다. 안채에는 안방을 중심으로 부엌 마루 건넌방을 기본으로 부엌에 딸린 광이나 침방 등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 반면 사랑채는 주인 남자가 사용하는 공간으로 독서를 하거나 손님을 맞이하고 손자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공간이다.


이 두 공간을 어떻게 배치 하느냐가 건물 배치의 핵심이다. 이는 대지의 여건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안채와 사랑채를 동서방향으로 길게 배치하는 횡배열식 방법과 남북방향으로 좁게 배치하는 종배열식 배치 방법이다. 횡배열식 방법은 등고선에 따라 나란히 배치하는 방법이다. 앞면에 접한 대지가 충분치 않을 경우 사랑채를 앞에 두고 뒷쪽에 안채를 두는 종배열식으로 배치하게 된다.


남향에 산등성이에 충분한 대지를 확보할 경우 서쪽에 안채를 동쪽에 사랑채를 배치하는 횡배열식 배치가 이상적이다. 이 경우에는 안채와 사랑채 공히 외부와 바로 접해 있어서 농서나 대규모 저택에서 적합한 방식이다. 집의 규모가 큰 경우 앞쪽에 행랑채를 부설하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창고나 마구간 또는 측간 등 부속시설이 수용된다. 여유가 없을 경우 바로 담장이 설치되지만 여유가 있으면 중행랑채를 두어 행랑과 행랑 사이 행랑마당이 생겨나기도 한다. 어느 경우에나 밖에서 안채와 사랑채가 바로 보이지 않도록 위치를 비끼거나 내외벽을 둔다.


한편 종배열 방식에서는 남쪽 하단에 사랑채를 북쪽 상단에 안채를 두는 방식으로서 이는 산록의 경사가 완만하여 등고선에 직교한 방향으로 건물을 앉히는 방식이다. 이 경우는 사랑채만 외부와 접하게 된다. 안채는 사랑채를 거쳐 들어가기 때문에 아늑하고 폐쇄적이다. 안살림이 소극적인 소규모 저택이나 별장에서 적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옥 건물의 횡배열식과 종배열식

이와같이 한옥은 공간이 안주인의 공간과 바깥주인의 공간으로 나뉜다. 안방이 부부의 방이기 때문에 부부가 숙식을 함께 하지만 마치 출근하듯이 남편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랑채에서 보내게 된다.




이전 07화한 건물에 두 가지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