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 1
우리나라의 전통 양식으로 지은 건물이 ‘한옥’이다. 일반적으로 한옥은 방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부엌이고 한쪽은 마루다. 조상들이 이러한 한옥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부엌과 연결된 온돌방이 마루에 직접 붙어 있다는 것은 사실 특별하다. 기원을 살펴보면 두 공간은 다른 곳에서 유래되었다. 즉 태생이 다른 두 공간이 함께 붙어있는 것이다.
저상식 : 돌 가죽 풀 짚자리 멍석 벽돌을 바닥에 깔고 생활(북방식) : 온돌
고상식 : 지면에서 띄운 위치에 마루나 다다미를 까는 형태 (남방식) : 마루
한옥의 특징은 한 건물에 두 가지 방식(고상식+ 저상식)이 공존한다.
집은 기후와 관련이 깊다. 우리 민족의 이동경로를 보면 북방에서 온 무리와 남방에서 온 무리가 한반도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의 한옥이 한 건물에 북방식에서 볼 수 있는 온돌과 남방식에서 볼 수 있는 마루가 공존하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인간은 처음 동굴에서 살았다. 사냥이나 채집을 하던 인간은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하였다. 정착생활을 하면서 지은 집이 움집이다. 움집은 주로 강가에 지었다. 땅을 파서 바닥을 만들고 가장자리에 둥근 원뿔 모양으로 나무 기둥을 세우고 나뭇가지나 거적을 덮어 벽을 만들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였다. 움집은 따뜻해서 겨울나기 좋았다. 나뭇가지나 거적으로 만든 벽은 비바람을 막아주고 땅 속은 땅 위보다 온도변화가 적었다.
동굴에서 인간은 가운데 모닥불을 피우고 빙 둘러앉아 먹을 것을 굽고 화살촉을 다듬었다. 움집의 생활모습은 동굴에서와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움집 가운데 모닥불을 피워놓고 빙 둘러앉아 생활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움집의 내부 공간은 넓어지고 분화되었다. 가운데 함께 바라보던 모닥불은 한쪽으로 밀렸고 모닥불 주위는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 되었다. 대신 다른 쪽에는 풀이나 짚자리 멍석을 깔고 잠자리로 사용하였다.
한옥의 온돌은 추운 곳에 살던 시베리아 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움집을 기원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더운 남쪽지방은 사정이 달랐다. 남쪽은 날씨는 덥고 비가 많이 온다. 집을 지을 때 땅에서 바닥을 띄어야 습기가 올라오지 않는다. 동남아 지역의 집들을 보면 고상가옥이 많다. 땅에서 띄워 집을 짓는다. 이때 사람은 위에서 살고 아래는 비워 두거나 동물을 키운다. 심지어는 나무 위에 집을 짓기도 한다. 바닥은 나무나 다다미 같은 축축한 느낌이 적은 재료를 사용한다.
한옥의 마루는 이러한 남부 지방의 가옥구조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긴 지형이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남과 북,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크다. 추운 겨울이 긴 북쪽에서는 따뜻한 북방식 온돌이 필요하고, 여름이 덥고 습기가 많은 남쪽에서는 시원한 남방식 고상 가옥이 필요했다. 북쪽의 가옥 가운데는 부엌에서 불을 지피고 그 열기가 여러개의 방으로 통하게 만든 온돌도 있다. 반면 남쪽의 가옥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마루가 넓다.
한옥은 온돌방과 마루가 절묘하게 만났다.
때문에 한옥은 지면의 높이가 일정하지 않다. 마당에서 부엌으로 들어갈 때는 마당의 그라운드 레벨에서 몇 단 내려와야 하고 마당에서 마루로 들어갈 때는 마당의 그라운드 레벨에서 한 두단 올라가야 한다.
한옥의 부엌은 마치 움집 같다. 움집에 들어가려면 지면보다 낮아 땅에서 몇 단 내려간다. 보통 한옥의 부엌도 지면보다 낮다. 부엌은 안방의 온돌과 연결되어 있다. 부엌은 난방과 음식을 조리하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한다. 부엌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면 음식을 조리하고 안방의 난방도 해결할 수 있다. 적은 연료로도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
마루는 방과 높이가 같거나 또는 누마루처럼 더 높게 바닥을 깔게 된다. 마루는 땅바닥과 분리되어 땅의 습기가 올라오지 않는다. 여기에 앞 뒤가 통하면 바람길이 되기 때문에 더욱 시원하다. 더운 여름을 나기에 이보다 시원한 공간이 있을까?
두 공간은 기능에 있어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온돌이 있는 방은 침실 육아 공부 등 주주거 공간이고 마루는 주주거 공간이라기보다는 제사를 지내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등 대소사를 치르는 공간, 여름철 맛바람맞으며 수박을 먹으며 쉬는 휴식공간, 방과 방 사이를 오가는 교통공간 등 부주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가옥은 기후나 주인의 재력에 영향을 받는다. 한반도의 북쪽은 온돌이 깔린 따뜻한 방이 주주거 공간으로 자리한다. 마루 없이 온돌방으로만 연결하기도 한다. 남쪽의 집들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마루 공간을 확장한다. 기존의 마루에 누마루나 툇마루를 붙여 시원한 공간을 늘리기도 한다. 살림의 규모가 커지면 부엌 옆에 음식의 재료를 보관하는 곳간이 붙기도 하고 침방이라는 방을 두어 생활에 편리하도록 만든다.
지형이나 기후와 같은 자연환경과 계층적 구분이 반영된 인문환경이 만들어낸 한옥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민족의 독특한 가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