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소통공간 텃밭

텃밭 - 3

by 풀솜

우리의 주거에서 사라지는 공간이 있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지켜지고 발전하는 공간도 있다. 텃밭은 농토를 갖지 못한 빈농이 집 가까이 식재료를 재배하는 형태 즉 농사의 작은 규모 정도로 여겼으나 도시화된 현대에 와서 형태와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다.


전원주택은 물론 아파트 연립주택과 같은 공동주택에서도 직접 먹거리를 재배하고 싶어 한다. 전원주택 소규모 토지, 아파트 베란다, 연립주택 담장 등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채소를 키운다. 재배방법도 자연의 흙은 물론 판매되는 상토 수경재배까지 점점 발전하고 있다. 어떻게 키우든 먹거리를 직접 키운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여기에 더해 텃밭 가꾸기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텃밭의 흙을 고르고 있는데 지나던 동네 사람이 무엇을 심을 거냐 물었다. 고추를 심을 거라 말했다. "고추가 많이 열리려면 둔덕을 높이고 넓게 쌓아야 해요."


텃밭에는 고추의 싹이 트고 하루하루 예쁘게 자랐다. 지나던 동네 사람은 또 말을 걸었다. "모종 아래 흙을 한 줌씩 덮어줘요." 고춧대 하나하나 흙을 북돋아 주었다.


"방아다리 아래 잎은 다 따 주어요."


방아다리? 어디서 들어본 말 같은데 고추에서 방아다리가 어디야? 알고 보니 줄기가 갈라지는 부분이 방아다리다. 고춧대 아래에 나는 잎은 모두 따 주라는 이야기다. 방아다리 아래 잎을 따 주어야 위로 올라갈수록 가지가 퍼지게 되고 가지가 많이 퍼져야 고추가 많이 열리게 된다.


고추를 심고 가꾸는 방법 수확량을 늘리는 방법 퇴비 주는 방법 모두 동네 사람들이 알려주었다.


텃밭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어디 농사법만 이야기하겠는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하다 보면 동네 사정도 알게 된다.





TV를 켜면 사건사고가 가득하다. 손 안의 스마트폰 안에 연예인 얘기해 먹지도 않을 음식 만드는 방법을 자신도 모르게 보고 있다. 어느 순간 도대체 나는 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보다는 밖으로 나와 산책하는 것이 좋다. 길을 걷다 우연히 사람을 만나면 가볍게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다.

여름날에는 해가 뜨면 산책이 어렵다. 아침 일찍 눈을 뜨면서 산책에 나섰다. 동네 한 어르신이 자신의 텃밭에서 일을 하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새벽부터 나오셨어요?

"잠도 안 오고 해서 밭에 풀을 뽑고 있어. "

"아 네 ~~~~"


시골에서의 산책은 여유롭다. 이 시간이 더 즐거운 것은 이웃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걷다 보면 밭에 나와 일을 하는 노인분들이 계신다.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일찍 나오셨네요, 옥수수 딸 때가 되었나요?, 100개만 주문할게요." 등등 말을 건다.


동네 어르신들도 처음에는 "왜 이러나?" 하는 눈빛이었으나 해가 가고 달이 가고 한 번 두 번 얼굴을 보게 되면서 지금은 어르신들이 먼저 인사하신다. 직접 지으신 농산물도 사 드리고 소통하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점점 친해졌다.


텃밭은 약속을 해서 만나야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고 가는 이야기가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기분이 좋다. 도시에 살 때는 새벽부터 일하는 시골 어르신들을 보면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농촌생활을 상상했다. 직접 만나서 소통하면서 그분들이 좋아서 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하다. 시원한 새벽 시간 잠에서 깨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밭에서 일하는 것이 자리에서 뒹굴거리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텃밭은 소통공간이다.


요즘 우리의 주거는 땅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하지만 아파트 연립주택과 같은 공동주택에서도 텃밭을 가꾼다. 각자의 여건에 맞게 공동으로 텃밭을 가꾸고 있다. 내가 가꾼 농산물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과 노동하고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은 더 큰 소득이다.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함께할 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텃밭 가꾸기를 통해 모두가 즐겁게 살 수 있는 여건을 우리의 아이들은 더 훌륭하게 만들어낼 것이다.

땅 없는 공동주택의 텃밭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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