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2
텃밭의 역사는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은 처음 사냥이나 채집을 하면서 먹이를 구했다. 이 시기 인간은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냥이 잘 될 때는 먹을 것이 풍부했지만 항상 사냥을 잘할 수는 없었다. 열매가 많은 시기에는 먹을 것이 풍부했지만 나무에는 항상 열매가 달려 있지 않았다. 열매가 있는 곳까지 찾아다녀야 했다. 어느 날 먹다 버린 씨가 싹을 틔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인간은 씨를 받아 집 주변에 심기 시작했다. 어떤 열매는 어느 씨앗을 심어야 하는지 언제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점점 알아갔다. 인간은 자기가 심어 놓은 열매 주변을 떠날 수가 없었다. 다음 해 다시 열매가 열릴 때를 기다렸다. 마침내 인간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이를 구하는 대신 정착을 해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
텃밭문화는 오랜 시간 동안 별반 차이가 없다. 일 년 단위로 반복되는 주기, 정성 들인 만큼 얻는 수확량, 기후이나 지형 토양에 따라 선택된 식물의 종류, 주거 공간과 멀지 않은 입지조건 등 텃밭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텃밭 가꾸기는 물길을 만들고, 모종을 심고, 잡초를 뽑고, 비료를 주어야 뭔가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이를 경작이라 한다. 한 고랑의 밭만 일 년간 가꿔보면 농사의 본질을 알 수 있다.
텃밭 가꾸기에 과도한 욕심은 금물이다. 요즘은 시장에서 농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농사 자체를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도시 생활하던 사람이 전원생활을 처음 하게 되면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텃밭 가꾸기 정도를 우습게 생각한다. 텃밭 가꾸기 정도를 농사라 할 수도 없지만 텃밭만 가꿔봐도 자연에 대해 많이 배운다.
인간이 가장 보람되게 생각하는 것은 생명을 키우는 일이다. 텃밭 가꾸기는 생명을 키우는 일이다. 뭔가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동물을 키우고 더 나아가 자식을 낳아 사람까지 키우는 것은 보람된 일이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식물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게 변화의 모습이 와닿는다. 그 기쁨 또한 일상에서 하루하루 느껴지기 때문에 더 행복하다.
모든 생명을 키우는 데는 어려움도 함께 따른다. 계속 돌봐야 한다. 베란다에서도 상추가 클 수 있지만 텃밭에서 자란 상추와는 다르다. 텃밭의 상추는 날씨나 기후 주변 환경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텃밭을 가꾸어 보면 왜 주변환경이 깨끗해야 하는지 기후변화가 무서운지 느끼게 된다. 가물어 비가 오지 않으면 비가 내리길 기다리게 되고 주변 환경이 깨끗하기를 바라게 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아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
고생해서 얻은 농작물이 내 식탁에 자리할 때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텃밭을 가꾸면서 사람들은 땅에 대한 애착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텃밭 가꾸기는 농사의 시작이고 땅 지역 생명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다.
봄이면 모종가게를 기웃거린다. 모종을 심어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고 그 식물이 내 식탁에 오를 때 먹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밭에서 방금 따와서 그런지 가꾸는데 들어간 노고가 아까워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키웠기 때문에 안전한 먹거리라 생각되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손으로 키운 먹거리를 먹는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올해도 상추는 기본이고 호박 가지 토마토 모종을 심었다. 작년에 고추모종 10개를 심어 심심치 않게 따 먹었다. 해가 잘 드는 앞쪽은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호박도 벌써 10개 정도는 땄다. 2개는 남을 주기도 했다. 아직은 익지 않았지만 토마토가 실하게 달렸다. 확실히 농사짓는 실력이 작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