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별건가요?

텃밭 -1

by 풀솜


우리의 주거공간에서 사라지는 공간도 있지만 새로운 의미로 지켜지는 공간이 있다. 그중하나가 텃밭이다.


"우린 정원이 없어요."


"텃밭 있으시잖아요.

그것도 정원이에요."


요즘 키친가든이라 불리는 것이 우리 정서로 말하면 텃밭이다.


도시에 살던 사람은 정원에 예쁜 꽃을 가꾸는 것을 꿈꾸며 시골에 온다. 하지만 원주민 어르신들은 손바닥만 한 땅이라도 뭔가 수확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심는다. 어르신 중 꽃을 잘 가꾸는 분들도 많지만 꽃을 가꾸는 것보다 텃밭을 가꾸는 일이 우선이다. 동네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소나무 전정한 모습을 보면서 옆집 사는 노인이 "나오는 것도 없는데 웬 정성이야? 그 시간에 밭에 풀이라도 뽑을 것이지."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수확물이 나오지 않는 정원을 가꾸는데 들이는 시간이 있으면 뭔가 하나라도 소득이 있는 것을 심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았다.


정원은 경작을 기본으로 한다. 일본의 고산수정원과 같이 돌과 자갈만으로도 정원이 될 수 있다지만 정원은 역시 식물이 중요한 재료다. 식물을 기르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다. 꽃을 보기 위해서 키우기도 하지만 우리네 농촌에서는 과일이나 채소를 얻기 위해 키웠다. 먹거리를 위해서 전문적으로 식물을 키우는 것을 우리는 농사를 짓는다 하고 꽃은 보기 위해서 식물을 키우면 일반적으로 정원을 가꾼다고 한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목적이 확연히 분리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손바닥만 한 작은 땅에도 채소를 심었다. 생활공간 가까이 채소를 가꾸는 장소가 텃밭이다. 요즘 키친가든이라 하여 유명 셰프들도 텃밭을 가꾸어 식재료로 이용한다. 이런 개념으로 보면 우리 조상들이 가꾸었던 텃밭은 농토이면서 동시에 정원이다. 텃밭은 이 두 가지 목적을 함께하는 사이( in - between) 공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당의 여유공간을 텃밭으로 가꾸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형상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넓은 농토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농토가 부족하기도 하고 한국인의 식단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 위주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텃밭의 식물은 바로 식탁에 오를 수 있는 식물, 재배기간이 짧은 식물, 재배가 까다롭지 않은 식물이 대부분이다. 식탁에서 소비할 수 있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텃밭 식물들은 많은 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종류를 심는다.


텃밭의 식물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마치 꽃을 재배하는 것과 유사하다. 적당한 시기에 심어야 하고 비료를 주어야 하고 묵은 잎을 따 주어야 하고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텃밭 가꾸기는 노동력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수확물이 많다 하더라도 팔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도시에 나가 사는 자식들에게 주고 주변 친지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정도다. 수확량이 많다 하더라도 전문적인 판로를 찾을 만큼의 양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양을 재배한다 하더라도 다 소비할 수도 없다. 채소의 특성상 장아찌 정도로 갈무리해 두지 않으면 저장도 힘들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을 것을 우선시하였다고 사람들이 꽃을 좋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라는 노래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담밑이나 우물가 등 먹거리를 심을 수 없는 곳에 공간만 있으면 좁은 공간이라도 꽃을 심었다. 허허로운 빈 공간 마당에 자리를 내어주고 텃밭에 자리를 내어주고 꽃을 심을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자연히 울타리 아래 혹은 대문 옆 수돗가가 꽃나무가 자리할 수 있는 곳이다. 우물가에서 일하면서 물을 주고 오다가다 묵은 잎을 떼 주는 것이 관리의 전부다. 하지만 그 꽃들은 해마다 어김없이 꽃을 피워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무심하지만 사랑스러운 눈으로 꽃을 가꾸었다.


우리의 정원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정원은 우리의 먹거리였고 계절감이 있었다.

일상 속 생활과 밀접하게 숨 쉬고 있었다.

자연을 거스르지도 않았다.


정원이 별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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