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생각

한옥 - 3(立地)

by 풀솜

나는 지난 7회 '한 건물의 두 가지 방식'이라는 제목으로 한옥의 특이한 건물 구조에 대해 썼으며, 8회 '남녀가 유별하니...'라는 제목으로 한옥 건물 배치에 관해 언급하였다. 이번 9회는 '자연에 대한 생각'은 풍수사상의 영향을 받은 한옥의 택지선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자연스럽다' '자연미인' '자연적이다'....

우리의 언어에서 자연이 들어간 말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자연(自然)이란 스스로 자(自), 그러할 연(然)으로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보편적인 단어다. 그럼에도 음식이나 화장품의 재료가 자연에서 왔다고 하면 건강한 재료임을 뜻하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자연스럽다고 하면 보기에 좋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우리는 태도나 사상에서 자연이라는 말을 매우 친근하게 여긴다.


자연은 그저 현상적인 언어로 그것이 좋다 나쁘다는 인간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 때 사람에 따라서도 상황에 따라서도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는 달라질 수 있다. 폭서나 폭염과 같은 것은 자연현상이지만 인간에게 위협적이다. 자연이라는 말을 좋은 뜻으로만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언어는 지역이나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우리가 왜 자연이라는 단어를 좋은 뜻으로 생각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은 기본적으로 자연존중 사상을 갖고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에게 영향을 미쳤던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장사상 도가사상 유가사상 불교사상 풍수사상을 살펴보면 자연에 대해 긍정적이다. 노자는 '무위자연'을 장자는 자연스러운 생활태도를 제시하였다. 조선의 선비들이 노장사상의 영향으로 은일사상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자연에 친근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불교 또한 산지사찰이 자연 속에서 수행하는 것이 최고의 환경이라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사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의 동북아 보편적인 사상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여러 사상이 우리 민족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 민족의 주생활에 가장 영향을 미친 사상은 풍수지리 사상이다. 풍수지리는 산, 물, 방위, 사람 등 자연의 요소와 기운을 조화롭게 배치해 인간의 길흉화복을 좌우한다고 믿는 동양의 전통 사상이다. 어떤 사상보다도 자연을 기반으로 한 사상이다.


우리나라에서 풍수사상이 성행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자연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자연은 산이 많다. 산이 많으면 골이 깊다. 여름에는 덥고 비가 많이 오고 겨울은 북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추위가 기다리고 있다. 땅이 평평하지 않아 곡식을 심거나 사람이 살 땅을 구하기 쉽지 않다. 열악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에 민감해야 했다. 풍수사상은 자연과 인간의 삶을 연계해 삶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풍수사상은 죽은 자를 위한 음택풍수와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양택풍수로 나뉜다. 구한말 풍수사상이 왜곡되어 음택풍수만을 중요시하는 폐단이 있었지만 사실 살아있는 사람의 집터나 마을 도읍지 등을 적용하는 양택풍수가 우선이었다.


자연 존중 사상이 서민에게 적용되는 부분은 사람들이 사는 주거공간이다. 주거공간은 민택삼요(民宅三要)라 하여 첫째 택지의 선정이고 둘째 집과 마당의 위치를 선정하는 일이고 셋째 동선을 고려한 출입구 선정 등 대문의 위치를 정하는 일이다. 집과 관련해서 풍수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평평한 땅이 많지 않기 때문에 농사 짓는 농지는 물론이고 사람이 사는 정주공간을 정하는데 매우 취약하다. 냇가 가까이는 평평한 땅이 많아 교통이 편리하고 농사짓기도 편리하고 사람이 사는 정주공간으로 적합하지만 홍수의 위험이 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산에서 내려온 물이 계곡으로 몰려 급류에 휘말리기 쉽다. 따라서 집터는 어느정도 높은 곳으로 정하게 된다.


풍수사상에서는 산사람의 집터를 정할 때 남향으로 난 배산임수 지형을 최고의 택지로 꼽았다.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은 산을 뒤로 등지고 앞으로 내를 바라보는 지형이다. 지대가 높으면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내가 넘쳐도 집을 휩쓸고 가지 않는다. 산을 등지고 있으면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준다. 여기에 남향이면 겨울에는 처마 깊숙이 햇볕이 들어와 따뜻하고 여름에는 처마 앞쪽에만 해가 머물기 때문에 시원하다. 따라서 남향의 배산임수의 지형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니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다.


또한 선조들은 일산일수유정(一山一水有情)이라 하여 산 하나 물 하나에도 정이 있으니 이러한 정이 통하는 곳에 집을 지어야 한다고 하였다. 선조들이 말하는 이 정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데는 물리적인 조건 말고도 정신적인 조건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석이 된다.


집은 재난에 대비해서 안전해야 하고

살아가는데 불편이 적어야 하고

경제적으로 나의 형편에 맞아야 하고

거기에 더해

정신적으로 안정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우리의 자연은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살기에는 만만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조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부족한 것을 탓하지 않고

자연이 주는 혜택을 감사히 생각하고 자연에 순응해 살아왔다.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하기 위해 불평보다는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연이 변하고 있다.

여름의 무더위와 집중호우가 우리 기후로 자리잡는듯 하다.

기후변화, 도시화로 인한 인구집중, 썩지 않는 산업쓰레기 ...

자연파괴로 우리가 살 곳을 찾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이 시대 우리는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응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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