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집중 호우 피해를 보면서
背山臨水
지세가 뒤로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을 바라보는 땅의 유형
예로부터 우리는 집터를 정할 때 背山臨水의 지형을 최고의 자리로 여겼다. 배산임수란 지세가 뒤로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을 바라보는 유형의 땅을 말한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지형상 산과 계곡 사이 집터를 정할 수밖에 없다. 산과 계곡 사이가 넓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 마을이 되고 도시가 되었다.
배산임수형 남쪽 경사면이면 집터로써 더할 나위 없다. 우리나라는 겨울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다. 북쪽이 막혀 있으면 겨울바람을 막아준다. 남향으로 집을 지으면 겨울에도 따뜻한 햇살이 처마 깊숙이 들어온다. 겨울철 난방에 상당히 유리하다. 따라서 배산임수의 지형에 남향으로 지은집은 최고의 자리로 평가받았다.
근대 서양과학이 들어오기 전 풍수사상은 우리나라 실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풍수는 땅의 지형과 지세 수리 수문과 같은 자연환경은 물론 지역의 특징이나 생산물 미래를 예측하는 인문환경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한국의 풍수사상은 오랫동안 내려온 인문지리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죽은 사람의 묫자리를 정하는 음택을 풍수사상의 전부로 여기고 이에 더해 사람의 길흉화복과 연관시키면서 풍수사상은 미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러 이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높지막한 곳에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면 경관이 좋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재난에 취약하기 때문에 물 가까운 곳은 위험하다. 확 터진 시원한 경관과 하천 범람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남쪽 경사면의 배산임수 지형은 최고의 집터로 평가받았다.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으면 불안하다.
산이 많은 지역에서 지반이 약할 때 산사태는 잠재된 재난이다.
산을 등지고 있는 지역은 산사태를 조심해야 한다.
이번 집중 호우에도 많은 피해가 있었다.
과거에는 지형의 변화가 쉽지 않았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어느 것보다 강산이 변하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나 사람의 모습을 보라. 얼마나 변하기 쉬운가? 시간이 지나면 처음 어땠는지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에 비하면 강이나 산을 포함한 자연은 항상 그대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토목의 발달로 도로를 내고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산을 깎는 일은 너무도 흔하다. 웬만한 경사면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70~ 80도 넘게 심하게 깎인 산을 뒤로하고 지어진 집을 볼 수 있다. 도시는 토지가 부족하고 산지에서는 경관이 좋을 곳을 찾아 집터는 점점 산 위로 올라간다. 토목의 발달로 보강토 등 안전장치를 한다. 하지만 절벽에 가깝게 깎아지른 경사면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위태롭다.
산과 강이 있는 자연지형은 뒷산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물은 모든 것을 쓸고 가는 속성이 있다. 물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 힘은 대단하다. 비가 많이 오면 경사면의 토사가 물에 의해 쓸려 내려간다. 집이며 가구까지 쓸려가고 하천이 막히고 다리가 무너지는 것은 우리가 해마다 보는 일이다. 올해도 역시나 홍수 피해가 있었다. 인명 피해도 있다고 하니 더욱 안타깝다.
도시는 도시대로 다른 양상으로 피해를 준다.
물이 무섭다.
배산임수
우리가 사는 집 뒷산은 안전한가?
자연은 그런 것이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좋은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