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부 바닷가에서
가족여행은 구성원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누구에게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여행의 형태가 조금은 달라진다. 오늘은 아이들을 위한 날로 정했다. 아이들에게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 3일째, 오늘의 목적지는 미국 동부의 뉴잉글랜드 끝자락에 위치한 메인주의 포틀랜드다.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포틀랜드를 향해 보스턴을 출발했다. 목적지까지는 200킬로 이상 달려야 한다.
아이들이 세 시간 정도 자동차라는 좁은 공간에서 있어야 한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어른들도 힘든데 계속 움직여야 하는 아이들은 고역이다. 화장실 문제와 같이 어쩔 수 없는 생리적인 문제도 문제려니와 아이들이 무료함을 어떻게 견디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여행을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무료한 시간이란 없다.
카시트에 앉은 막내야 옆에 항상 엄마가 있어 뭐든 맞춰주니 별일 없이 시간을 보내지만 뒷자리 앉은 두 자매는 항상 시끄럽다. 함께 사이좋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 번씩 큰소리가 난다. 책을 좋아하는 큰애가 책을 들고 있으면 작은애는 놀자고 언니를 보채고, 지루한 시간에 영상을 보여주면 서로 수준과 취향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한다. 한두 번의 소란만 지나면 세 아이 모두 자동차 여행에 특화되지 않았나 할 정도로 여행에 잘 적응하였다.
오늘의 여행은 이런 아이들이 해변에서 놀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
미국 동북부 해안은 심한 리아스식 해안이다. 해안선이 복잡하고 해안에 접해 섬이 많다. 우리의 목적지는 포틀랜드 앞바다에 있는 피크스섬(PEAKS ISLAND)이다.
섬에 들어가기 전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해안가에 있는 식당은 해변의 풍광을 즐기기에 손색없이 멋진 곳이었다. 피자 굽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고 그 종류도 다양했다. 미국의 피자는 크기가 너무 커서 더 먹음직했다. 그 식당에는 아이들이 식사가 나올 때까지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이와 색연필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을 정해놓고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꺼려한다든지, 아이들의 부모들은 식당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할까 봐 미리부터 핸드폰으로 아이들을 달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했는데 약간의 노력으로 아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오늘은 관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다. 피크섬(PEAKS ISLAND)에 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길게 늘어선 관광객들 사이에 우리 가족도 줄을 섰다. 북대서양 바다의 바람을 가르며 배가 도착한 곳이 피크스섬이다. 선착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려 우리는 조심조심 아이 한 명당 어른 한 명씩 맡아 조심스럽게 배에서 내렸다.
섬에 내린 우리는 어디를 가야 아이들이 놀 수 있는지 알 수없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걸었다. 걸어가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선착장에서 가까운 곳에는 식당이나 숙소와 같이 관광지 풍광이었는데 선착장에서 멀어질수록 별장이나 목장과 같은 목가적이 풍경이 나왔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바닷가에 와 있었다. 해안가에는 바위와 끝없는 수평선만이 보였다. 그곳은 조용하고 아이들 놀기에도 좋아서 마치 우리 가족만을 위한 바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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