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글

춘천시에 살면서....

by 풀솜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하면 보통 한 두 해는 적응기간이다. 어느 마트에서는 뭘 파는지, 이 동네에서는 무엇을 싸게 살 수 있는지, 이웃에는 어떤 사람이 사는지,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여기저기 둘러보며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3~4년이 지나면 일상에서 자신만의 루틴을 찾게 된다. 적응하느라 보지 못했던 것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새롭다는 것은 좋기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기도 하다.


9년 전 춘천 북한강 변에 전원주택을 구입했다. 한동안 주 중에는 도시 아파트에서, 주말이면 춘천 전원주택에 머물렀다. 물이 있어 춘천은 아름다운 도시다. 의암호를 따라 즐기는 드라이브도 즐겁고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가 맛있다. 시간만 나면 이곳저곳 춘천 근교를 돌아보는 것이 춘천에서 즐기는 여유 중 하나였다.


이사 와서 처음, 경치보다 놀랬던 것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강에서는 수상스키를 타고, 자전거길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수없이 지나갔다. 옛 철길에는 레일바이크 타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다. 매일매일이 여행 온 것 같았다. 도시에서는 일하는 사람만 보였는데 우리나라도 취미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새삼 놀라웠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주변 상황에 나도 스며들었다. 직접 수상스키나 자전거를 타지는 않았지만 풍광에 점점 익숙해졌다. 이주일 삼 주일이 지나고 사람들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잠시 여행을 온 사람들이었다. 여행이란 일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약간 흥분 상태다. 레일바이크 타는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사람들이 손을 흔들면 나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도 매일매일이 여행하는 것 같았다. 일에 지쳐 사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4년 전 도시생활을 접고 춘천 시민이 되었다.


살면서 춘천 시내에 갈 일이 많아졌다. 대형마트도 가고 병원도 가고 맛집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했다. 일만 보고 오기 아쉬웠다. 오는 길에 중도에 들렸다. 호수를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는 여유가 좋았다. 멀리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몇 해 전 육지와 중도를 이어주는 춘천대교가 건설되었다. 춘천대교는 춘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했다. 넓은 호수와 멀리 보이는 빌딩들은 아름다운 춘천대교의 배경이 되었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항상 같은 느낌일 수는 없다. 한번 만나고 두 번 만나고 여러 번 만나면 만날 때마다 새로운 면을 보게 된다. 그것은 그 사람이 달라졌다기보다 내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여행자는 즐기다 가면 그만이다. 별 책임감이 없다. 여행자는 얼마나 편안하게 즐겼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세금을 지불하며 거주하는 시민은 여행자의 눈으로 도시를 볼 수는 없다.


시민의 눈으로 춘천의 속살이 보였다.

뭔가 불편했다.


춘천 대교를 건너기 위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면 항상 대교 입구에 현수막 여러 개가 걸려 있었다. 현수막의 내용은 주로 중도의 문화재 보존을 소홀히 한다는 지자체에 대한 항의 글이었다. 일인 시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인 시위나 현수막이 절실한 사람의 자기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극단적인 이념 갈등으로 너무 과격한 표현이 난무한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현수막 설치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아름다운 호수 한가운데 대규모 어린이 놀이시설의 공사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었다. 이미 중도에는 우리나라 선사유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도가 개발되면서 유적이 발굴되고 중도의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뜻있는 사람들은 문화재 보존의 조치를 한 후에 개발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조치 없이 공사는 계속되었다.


춘천 중도는 개발과 보존에 대한 갈등이 있는 곳이다. 중도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는 개발과 보존의 갈등이 있는 곳이 많다. 세상의 모든 갈등이 '짠 ~~'하고 갑자기 해결되는 일은 없다. 모두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갈등의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해 보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KakaoTalk_20250103_101603381_01.jpg
KakaoTalk_20250103_101603381.jpg
KakaoTalk_20250103_101603381_03.jpg
KakaoTalk_20250103_101603381_0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