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느린아이 아빠다.

자폐아이를 키우며, 내가 더 성장한 이야기


KakaoTalk_20250205_160317518.jpg



아들은 나랑 똑닮았다.


뭐든 정해진대로 해야하는 파워J성향이나, 처진눈에 말랑한 콧등도 닮았다. 문자랑 활자를 보면 다 읽어내야 하는것과, 레고나 퍼즐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것도 닮았다.우리 아들은 4년 전에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발화가 없고 눈맞춤이 안되던 시절에 오만가지 상상을 나는 했다. 나는 조바심이 들어 아들이 좋아하는 숫자를 못보게하고 반향어나 감각추구에 과하게 엄하게 굴었다. 맘은 그렇지 않은데, 아빠는 똑닮은 아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그런 아빠였다.




아들과 시간을 많이 내려고 근무일을 줄였다. 노는방법을 잘 몰라 전문가에게 놀이법을 코칭받고 관련서적을 수집해서 읽었다. 전공서적보다 더 많은 책을 봤다. 내 방식대로 노력하면 도움이되나 하는 생각에서였다.이런 노력에도 한동안 아들은 엄마를 찾고 아빠와의 상호작용은 더 어려워졌는데 그것은 나를 참 괴롭게했다. 순응도가 높아 나와 있는 시간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아빠육아는 감정과 애착보다 학습과 매뉴얼로 가는듯 했고, 나는 다행히 오래지않아 내 방식의 잘못을 깨달았다.




나는 머리속에 있는 특수치료 이론들과 책상에 놓인 책들을 치우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했다. 다행스럽게도 대화가 되기 시작하면서 나도 놀이에 대한 부담을 많이 내려놓았다. 우리는 몇달전에는 상상하지못했던, 아들과 아빠의 좀 지저분하고 거친놀이에 즐거워했다. 비를 맞고 뛰고 숫자를 같이 쓰고 흙과 눈을 뒤집어썼다.우리는 외모가 닮은 것처럼 좋아하는게 같았다. 도서관에서 나는 과학책을 아들은 숫자그림책을 잔뜩 골라 펼쳐놓는걸 보고 나는 기뻤다.아이는 1주일에 7개 이상의 센터치료를 소화해냈다. 시간이 흘러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자기생각을 곧잘 얘기하고, 좋아하는 단짝친구도 있다 하고, 제법 감정표현을 한다. 작년부터는 특수치료를 종결하고 일반유치원에 다닌다. 이제 아이는 아빠한테 재워달라고도 하고 억울한 일이 있으면 아빠한테 안긴다.




나는 육아를 머리로 익히면 더 잘할거라 생각했고, 사회성을 마치 알려줘야하는 지식처럼 생각했다. 일부는 맞겠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아마도 나의 불안과 조급함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가 크는만큼 나도 컸고, 아이는 본인이 알아가는 세계만큼 아빠에게도 알려주었다.우리가정은 몇년간 큰 위기를 겪어내며 많이 단단해졌다. 물론 흉터는 남았다. 나와 아내는 서로를 보살피며 각자 글과 영상으로 지난 일들을 기록한다. 느린아이 부모라면 겪게되는 이런 어려움들을 누군가는 좀더 수월하게 넘겨서 상처가 깊지 않기를 바라며.같이 맘고생한 조금 빠른 큰딸과 느리지만 열심히 걸어온 아들은 지금 잠이 들었다. 아빠가 둘다 재웠다. 엄마는 강의를 하나 맡았다고 원고를 쓰고 있고, 아빠는 아이들 옆에서 이 글을 쓴다. 이 평화가 새삼 고마운 지금, 가정은 정말 위대하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