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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Oct 02. 2022

인과응보의 쓸쓸한 제자리걸음

저주토끼(정보라, 아작, 2017)

마음이 불안하니 충동적인 결정을 하게 되고,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하고 나서는 후회를 하고, 손해를 입은 것을 알면 마음이 더욱 불안해지고, 그래서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불안에 떠밀려 결정을 내리는 악순환. - '' 중에서


저주는 그런 것이다. 악순환이 결국 자신을 덮을지도 모름에도, 기울고 병든 마음이 이기적인 인과응보의 가능성을 믿고 저지르는 잘못이다.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 '저주토끼' 중에서


그 저주를 위해 사람은 공을 들이고 한껏 꾸민다. 그래야 자신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선하고 너는 악하다고 규정하지 않으면 보통의 인간은 '양심'이라는 마지막 거울을 바라보지 못할 테니까.


사람이라는 , 진짜 재미있어요.  그래요? 자기가 불안하다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면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그대로 믿고. - '차가운 손가락' 중에서
사람이 헛주먹질을 하면 마음이 지치거든. 마음이. - '흉터' 중에서


하지만 결국 그건 헛손질이다. 불안한 마음은 스스로를 저주의 늪으로 잡아끌게 마련이다.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뿐인 것을 알 때쯤이면 그때는 이미 늦는다.


처음부터 뚜렷한 저주의 결과란 없다. 형체가 희미했던 저주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저주를 받은 자를 잡아먹지만 저주를 내린 자의 마음도 갉아먹으며 스스로 커 나간다.


연못에 돌처럼 던져져 험한 파장을 일으켰지만 결국 이전처럼 돌아가고야 마는, 시시포스의 돌덩이와 다르지 않은,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나는 아주 조금만 행복해지고 싶어. 너무 많이 행복해지면 슬픔이 그리워질 테니까. - '재회' 중에서


악한 자가 벌을 받고 복수가 완성되는 모습을 보아도 왠지 뒷맛이 씁쓸한 것은  뒤에 남는 쓸쓸한 여운 때문이리라.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름다운 결말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버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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