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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Oct 09. 2022

알면서도 반복하는 역사

'42가지 사건으로 보는 투기의 세계사'를 읽고

시간의 바퀴가 돌아가고 시대가 흘러간다.
그 뒤에 남은 추억은 전설이 되고 전설은 흐릿해져 신화가 된다.
신화를 낳았던 시대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신화가 망각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 로버트 조던 '시간의 수레바퀴'
사업 성공의 비결은 아무도 모르는 무언가를 먼저 아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

현대적 개념의 투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저자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을 시점으로 본다. 1637년에 벌어진 이 사건은 대항해시대 이후 급격하게 확장된 상공업 발전과 더불어 시작된 선물거래, 즉 실물이 아닌 거래권의 유통 시장이 형성되고 나서 기록된 최초의 시장 붕괴 사건이었다.


1634년부터 3년 동안 튤립 가격은 50배나 뛰었다. 하지만 1637년 2월, 가격은 95%나 폭락했다. 특권층의 부의 상징으로 환상을 덧입었던 튤립의 사재기는 사상누각처럼 순식간에 무너지며 투기에 나선 사람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그로부터 400여 년. 40개 정도의 사건들을 예시로 들어 돈에 의한 사회와 개인의 흥망성쇠를 기록한 저자의 노력 속에는 미래에도 또다시 반복하게 될 돈과 욕망의 수레바퀴, 그 경험적 구조를 어렴풋하게라도 알고 같은 실수를 거듭하지 않았으면 하는 당부가 들어 있다.


투기 시장은 400년 새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하지만 그만큼 돈이 좌우하는 선물, 실물 시장 역시 커지고 복잡해졌다. 그 메커니즘 속에서 투자와 선점을 통한 부의 증식을 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 반면,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더 점점 희소해지되 쌓아 올리는 부의 양은 더욱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다.


책 마지막 장에 소개된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상품으로 각광받았고 투기의 장이 되었으며 큰 출렁임을 겪었다. 이전의 역사들이 보여준 모습 그대로다. 알면서도 반복되는 역사, 그 자체다.


자본주의가 세계에 존재하는 한 투기의 역사 또한 반복될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돈은 그 욕심을 먹고살아내기 때문이다.


다만 역사는 항상 곱씹자. 함께 몰락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또한 그 안에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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