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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Oct 12. 2022

'기레기'가 익숙해져 무감각해지지 않기를

우리의 자리(박정환/손정빈/고기자, 편않, 2022)를 읽고

현장에 와서도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저널리즘 원칙이
지망생 때부터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망생은
현장을 겪어 보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때 세운 초심이
언젠가 기자가 되어 맞닥뜨릴 위기를
극복할  있는 힘이  것이다.

- 박정환의 '현장'
갑자기 낯선 손님이 찾아왔을 
 이유를 따져 묻는 사무원처럼
다시 일을   있으려면
규칙과 반복을 지배하고 있어야  것이다.

 지배를 위해 나는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무엇이든
 보려고 한다.

- 손정빈의 '환영'
저널리즘의 키를 쥐고 있는 이들이라면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빛이  비추는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믿는다.

- 고기자의 '정체'

3명의 중견기자들.

그들의 에세이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 '기레기'.


그들 역시  단어에 저항도 해보고 분노도 해보고 반론도 펼쳐봤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될 뿐이다. 그래서 그들여느 직장인들처럼 오랜 관행에 어느 정도 좌절하고 대물림되는 폐습에 조금은 똑같이 녹아들거나 적당히 포기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것은 거창한 소명 의식 때문도, 매너리즘을 그저 따라가기로 한 때문도 아니다. 그들의 바닥 그 언저리에 아직 자리 잡은, '쓸 것은 써야 한다'는 일종의 장인 정신 비슷한 것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 잊지 않음이 조금씩 켜켜이 쌓여 결국 변화를 만들고 그들의 일에서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게 되리라 믿고 싶다.


그들이 '기레기'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고 찌들어버려서 무감각해지않을  있도록 나름대로 응원하고자 한다.


그게 방황하는 줄도 모르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우리가 서로를 그나마 보듬을 수 있는 연대의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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