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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Sep 28. 2022

막장 가족의 비극적 결말, 그 속의 웃픈 리얼리티

요산요수(김지서, 고즈넉이엔티, 2022)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고
계곡이 있으면 물이 흐른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산이 낮으면 계곡이 얕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고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힘들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보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위험하다.
 많이 다친다.
그리하여 산은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
뱀이 나오면 지그재그로.
(본문 중에서)


단순히 소설적 상상력일까.

읽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막장에 가까운  식구의 욕망과 파탄의 과정은

물론 극단적이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만-

구체적이고 세밀한 인물 묘사와

익숙한  담담한 상황의 묘사는

' 소설'이라는 저자의 경력을

'설마?'하고 의심케  정도다.


제대로(?) 파멸을 향해 질주하는

가상 가족의 모습이지만

부분 부분 뜯어보면

사실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목격 가능한

(사실상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모습이다.

익숙해져 버린 권태와 일정 부분의 포기,

억누르고 있는 욕망.


이러한 잠재적 위기요소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모습을

단순히 소설적 상상력으로 치부하기에는

지독하게 리얼하다.


서로 다른 세대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원 각각의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본 것일까.

그렇다면 저자는 정말 대단한 글쟁이다.

읽는 내내 소름 끼친 이유다.


그냥 그렇게 사는 거였고 그게 바로 생의 본질이었다. 의미 따윈 없었다.
(본문 중에서)


결론은 무겁침울하다.

각자의 파멸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침묵으로 점철된

어색한 동거로 회귀하는 가족의 모습은

사실상 조소에 가깝다.


'이럴  몰랐니?'라고 냉소를 던지는 마무리.

 건조함이  소설을 규정짓는 마침표다.


막장을 향해 치닫고는 있지만

지극히 평범했고

지독히 메말라 던 가족.


그래서   불붙은 욕망의 불꽃은

타오르다 못해 모두 태워버리고 만 것 같다.


잿더미 속에서도 가족의 형태는

처음처럼 메마른 형태로 시커멓게 살아남는다.

박제처럼.


저자의 계속되는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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