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의 불시착(박소연, 알에이치코리아, 2021)
단언컨대, 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
마스크가 아니었다면 내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다 티 났겠구나 싶을 정도로 깊이 몰입하게 만들었다.
작가 박소연은 일 잘한다고 국무총리상 받을 정도로 철저한 직장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를 통해 타고난 글쟁이임을 깨닫더니 이 소설을 통해 완벽하게 거듭난 듯하다.
저자가 소설로 풀어낸 이야기는 너무 현실 같아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장과 사회 안에서의 갑질, 육아휴직의 고민, 재능과는 상관없는 기계적인 직장생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제를 넘나들며 '내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유쾌하게 그려냈다.
우울한 현실을 비판적으로만 그린 것도 아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기운 내자고 말한다.
우리는 아직 불시착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에.
- 재능의 불시착 중에서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에게 '언성 히어로(보이지 않는 영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직 희망이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가 말하는 '당신'이 바로 당신일 수 있다.
단, 전제는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함부로 갑질하지 마시라.
함부로 내 틀에 맞추지 마시라.
함부로 막대하지 마시라.
아프면 아픈 거지, 어리니까, 여자니까, 약하니까 아파도 되는 건 아니다. 그러니 함부로 하지 마시라.
- 막내가 사라졌다 중에서
통쾌하고 재미있었으며 때로는 미소 짓고 때로는 코끝도 시큰거렸다. 작가에게 그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