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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Mar 07. 2023

지방소멸이라는 공포로부터 벗어나자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후지나미 다쿠미, 황소자리, 2018)

'인구가 감소하면 소멸하는 것은 지자체라는 틀일 뿐, 지역 자체가 아니다.' (245p.)
'사람 뺏기 경쟁은 이제 그만! 인구가 줄어도 풍족하고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13p.)


지방은 과연 소멸할 것인가.


이제는 이 질문 자체도 무의미한 게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합계 출산율 0.8 이하의 시대. 인구가 이렇게 감소하는데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것은 헛웃음이 나올 일이다.


지방 소멸의 문제의식이 등장한 이후 그 공포와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예산과 정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고 지방정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신규 인구와 산업 유치를 위해 나섰다.


하지만 꽤 많은 노력들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은 이뤄내지 못했다. 도심 한복판에서조차 학교가 문을 닫고 젊은이들은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들다며 여러 가지를 포기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무기력해지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받아들이자. 지금 당장 인구 감소를 극적으로 반등시킬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 인구를 늘리려고 억지로 애쓰기보다 지금 있는 사람들이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아이를 낳아볼까?' 고민이라도 해볼 수 있다.


이 책은 '인구감소 시대 마을 생존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인구감소 시대 국가 생존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참고할만한 핵심은 너무도 많다. 수십 개로 분절되어 있는 소제목만 살펴봐도 뼈를 직접 때리는 조언이 수두룩하다.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 무작정 젊은이를 지방으로 내몰지 마라.

- 일자리, 질 좋은 일자리가 먼저

- 젊은이가 지방에 살아도 출생률은 오르지 않는다.

- 능력 있는 은퇴 인력을 활용하라.

- 인구증가에 조바심 내지 마라.

- 신규 유치보다 기존 기업을 붙잡는 게 중요해

- 지방 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많다.

- 매출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라.

- 인구가 줄어도 거주 지역은 확대된다.

- 왜 자꾸 공공시설을 크게만 지을까?

- 무인화, 자동화 기술은 과소 지역에서야말로 쓸모 있다.

- '무언가 부족'해 소멸하는 마을이 되지 않도록

- 소멸하는 것은 '지자체'라는 틀뿐

- '생존' 같은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기를

-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을 망각하지 말 것


정말 추리고 추려서 이 정도만 썼다. 사실상 지방소멸론의 공포에 휩싸여 허튼 돈을 쏟아붓고 있는 행정기관과 사람들에게 있어 바이블과 같은 해결의 실마리들이 넘쳐 난다.


국토 전체를 놓고 공간 구조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지방의 대도시 권역을 중심으로 인구는 집약되고 있다. 생활인구 중심으로 핵심 도시권을 다시 설계하되, 소멸 위기 지역이라고 해서 인프라를 놓아 버려서는 안 된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개념 역시 기존의 기업이나 사람을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마이너스섬 게임으로 접근해서는 답이 없다. 결국 그 지역 발전의 기초는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들로부터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짜잔'하고 나올 수 있는 반전의 명안은 결코 없다.


결국은 '살기 좋은 곳'에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지방이 살기 좋고 내 일자리가 있으며 내 가족의 미래를 걱정 없이 설계할 수 있으면 가지 말라고 해도 간다. 통신, 교통, 의료, 농업 등의 분야에서 가장 최첨단의 기술은 도시권이 아니라 지방에서 구현되고 활성화될 때 비로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인구감소의 시대에는 결국 쪼개고 쪼개어 미세 단위에서부터 정책이 나와야 한다. 중앙집권형 국가는 지방분권형 국가로 쪼개져야 하고, 그 분권은 다시 마을 단위로 쪼개져야 하며 공동체 단위까지 이전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힘을 채워 역방향으로 올라와야 한다.


책의 맨 뒷 페이지에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글귀가 있어 마지막으로 남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그와 같다.


"마을은 힘이 세다. 지방 소멸이란 말에 절대 겁먹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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