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후지나미 다쿠미, 황소자리, 2018)
'인구가 감소하면 소멸하는 것은 지자체라는 틀일 뿐, 지역 자체가 아니다.' (245p.)
'사람 뺏기 경쟁은 이제 그만! 인구가 줄어도 풍족하고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13p.)
지방은 과연 소멸할 것인가.
이제는 이 질문 자체도 무의미한 게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합계 출산율 0.8 이하의 시대. 인구가 이렇게 감소하는데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것은 헛웃음이 나올 일이다.
지방 소멸의 문제의식이 등장한 이후 그 공포와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예산과 정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고 지방정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신규 인구와 산업 유치를 위해 나섰다.
하지만 꽤 많은 노력들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은 이뤄내지 못했다. 도심 한복판에서조차 학교가 문을 닫고 젊은이들은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들다며 여러 가지를 포기하고 있다. 사회 전체가 무기력해지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받아들이자. 지금 당장 인구 감소를 극적으로 반등시킬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 인구를 늘리려고 억지로 애쓰기보다 지금 있는 사람들이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아이를 낳아볼까?' 고민이라도 해볼 수 있다.
이 책은 '인구감소 시대 마을 생존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인구감소 시대 국가 생존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참고할만한 핵심은 너무도 많다. 수십 개로 분절되어 있는 소제목만 살펴봐도 뼈를 직접 때리는 조언이 수두룩하다.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 무작정 젊은이를 지방으로 내몰지 마라.
- 일자리, 질 좋은 일자리가 먼저
- 젊은이가 지방에 살아도 출생률은 오르지 않는다.
- 능력 있는 은퇴 인력을 활용하라.
- 인구증가에 조바심 내지 마라.
- 신규 유치보다 기존 기업을 붙잡는 게 중요해
- 지방 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많다.
- 매출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여라.
- 인구가 줄어도 거주 지역은 확대된다.
- 왜 자꾸 공공시설을 크게만 지을까?
- 무인화, 자동화 기술은 과소 지역에서야말로 쓸모 있다.
- '무언가 부족'해 소멸하는 마을이 되지 않도록
- 소멸하는 것은 '지자체'라는 틀뿐
- '생존' 같은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기를
-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을 망각하지 말 것
정말 추리고 추려서 이 정도만 썼다. 사실상 지방소멸론의 공포에 휩싸여 허튼 돈을 쏟아붓고 있는 행정기관과 사람들에게 있어 바이블과 같은 해결의 실마리들이 넘쳐 난다.
국토 전체를 놓고 공간 구조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지방의 대도시 권역을 중심으로 인구는 집약되고 있다. 생활인구 중심으로 핵심 도시권을 다시 설계하되, 소멸 위기 지역이라고 해서 인프라를 놓아 버려서는 안 된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개념 역시 기존의 기업이나 사람을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마이너스섬 게임으로 접근해서는 답이 없다. 결국 그 지역 발전의 기초는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들로부터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짜잔'하고 나올 수 있는 반전의 명안은 결코 없다.
결국은 '살기 좋은 곳'에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지방이 살기 좋고 내 일자리가 있으며 내 가족의 미래를 걱정 없이 설계할 수 있으면 가지 말라고 해도 간다. 통신, 교통, 의료, 농업 등의 분야에서 가장 최첨단의 기술은 도시권이 아니라 지방에서 구현되고 활성화될 때 비로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인구감소의 시대에는 결국 쪼개고 쪼개어 미세 단위에서부터 정책이 나와야 한다. 중앙집권형 국가는 지방분권형 국가로 쪼개져야 하고, 그 분권은 다시 마을 단위로 쪼개져야 하며 공동체 단위까지 이전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힘을 채워 역방향으로 올라와야 한다.
책의 맨 뒷 페이지에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글귀가 있어 마지막으로 남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그와 같다.
"마을은 힘이 세다. 지방 소멸이란 말에 절대 겁먹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