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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Mar 09. 2023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있겠는가

독립운동 열전1 - 잊힌 사건을 찾아서(임경석, 푸른역사, 2022)

3월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래도 한 번쯤 독립을 기억하고 순국선열의 투지와 열의를 돌아봐야 하는 달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짐은 옅어지고 의미는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 그저 하루 쉬는 날이라 좋은 3월의 첫날이 존재할 뿐인, 그날에 '내가 내 집에 일본 국기를 내거는 것이 뭐 잘못된 일이냐'는 말이 당당해지기까지 하는 요즘이지 않은가.


우리의 독립운동사는 단언컨대 여전히 '기록 중'이다. 자료가 없어서, 흔적을 못 찾아서 그런 거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독립 이후 극한 이념 대립과 친일 청산 과정에서의 은밀한 타협 등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배제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폄하된 인물과 사건들이 많은 건 극복해야 할 숙제다.


'독립운동 열전'은 그중에서도 사회주의 운동에 몸담았던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고 있어 의미가 깊다. 모스크바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잠들어 있던 사료들을 꺼내어 기존의 자료들과 다시 조합해 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결코 쉽지 않다. 저자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 노력한 흔적도 곳곳에서 엿보인다. 하지만 격정적인 감정 또한 몇 군데서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잊힌 역사를 제대로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 독립운동가들의 유지를 이행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딸을 공부시켜 여성 혁명가가 되도록 교도하기를 부탁한다.' 이 유언(김익상)을 이행해야 할 사람은 이제 의열단장 김원봉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방된 세상에 살고 있는 공동체 성원들이 마땅히 지키고 이행해야 할 도덕적 의무다." (4장 의열투쟁, 164p.)
"그(이한빈)을 기억하고 그의 죽음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은 살아남은 자가 수행해야 할 의무인 것만 같다. 다시 또 미래의 어느 구비에선가 그의 족적을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8장 옥중투쟁, 333p.)


과연 우리는 그런 사명감과 의무감을 조금이나마 이행하고 있는가. 나부터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특히 인천의 잊힌 독립운동과 그 주역들을 발굴하고 기리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인천을 거점 삼아 지하운동에 종사했던 여성 항일 무장투쟁가인 김명시의 이야기나 전국 최대 규모인 2만여 명이 참가했던 강화 3.18 만세시위 운동 부분에서는 전율과 함께 무지함에 대한 반성을 느끼기도 하지 않았던가.


한편으로는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배신'이라는 장을 통해 변절한 이들을 별도의 열전으로 묶은 것은 저자의 그런 호소가 반영된 것이리라. 함께 분노하며 읽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김성근은 해방 이후까지 살았다. (중략) 사망에 이르기까지 일본영사관 경찰부의 밀정 노릇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은 한 번도 없었던 듯하다. 그러기는커녕 사후에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중략) '일제강점기 구국모험단을 조직하여 단장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로 기림을 받고 있다." (6장 배신, 253p.)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제대로 잊으려면 제대로 바로잡고 제대로 사과하며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노력과 결과 없이 함부로 '과거를 잊자'라고 논하지 말라. 그게 시대에 대한, 역사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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